[시론]안충영/韓日 FTA, 멀리 크게 보자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10분


1990년대 후반부터 지역단위, 혹은 쌍무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뜻이 맞는 나라들이 속속 경제적 국경을 허물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4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칠레와 FTA를 체결했다. 20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한국과 일본간 FTA 공식협상 개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은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급격히 재편되는 동아시아 경제 판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입지를 굳히게 되는 셈이다.

▼동아시아 경제통합 향한 첫걸음▼

한일 양국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중화학공업 분야의 세계적인 생산기지이므로 한일 FTA는 동북아는 물론 세계 경제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일 FTA 체결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자본재와 경박단소(輕薄短小) 제품에 대한 선호로 단기적으로는 무역역조, 산업구조조정 등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의 유입과 일본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확대될 것이며 일본의 비관세장벽이 개선될 경우 우리 상품과 각종 서비스산업의 대일 진출이 확대돼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일 FTA는 국내 경쟁을 촉진해 우리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양국 국책연구기관이 중심이 된 한일 FTA 공동연구, 업계간 비즈니스포럼, 산(産) 관(官) 학(學) 공동연구회 등의 순으로 한국과 일본은 양국간 FTA 논의를 발전시켜 왔다. 한일 FTA에 대한 산관학 공동연구회의 활동이 종료된 만큼 양국간 FTA 논의는 이제 협상단계로 전환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와 논의가 도상훈련이었다면 지금부터 시작되는 협상은 우리 국익을 최대화해야 하는 실전(實戰) 상황이다.

한일 FTA가 체결돼 일본이 비관세장벽을 해소하고 기술이전 및 대한(對韓) 투자를 확대하면 우리는 상당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국 협상당사자는 이 점이 양국간 FTA 성공 여부의 키워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며 특히 일본측의 전향적 자세가 FTA 타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이들 세부영역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실질적인 검토를 거친 뒤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력 키워 국익 최대화 해야▼

한일 FTA는 대(對)동남아국가연합(ASEAN) FTA 및 한중일 FTA의 추진, 더 나아가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나의 전형으로서 설계돼야 한다. 우리의 제1교역상대국인 중국이 제안한 한중일 FTA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경제 및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도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 상호투자협정(BIT)을 조기에 타결하고 한미 FTA에 대한 논의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한일 FTA를 계기로 우리는 전방위적 FTA 네트워크에 참여해야 한다.

한일 양국은 2005년까지 협상을 타결하고, 이 협정을 발효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한일 FTA의 경우 농업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 협정 타결 목표시한을 설정하는 것은 양측의 적극적인 협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협상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부실한 협정으로 귀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일 FTA는 한국경제 발전사에서 우리나라가 개방체제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를 내실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패러다임도 획기적으로 수정돼야 할 것이다. 우선 이미 타결된 한-칠레 FTA부터 조속히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해줘야 한다. 한일 FTA를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노력이 기본전제가 돼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노사관계를 비롯한 비즈니스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노력이 수반될 때 외국인 투자도 유입될 것이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경제중심 구축 및 국민소득 2만달러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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