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로 내수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을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이 6월 말 3.25%에서 9월 말 3.81%로 급등했다. 이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9월 말 현재 2.47%로 6월의 1.48%보다 약 1%포인트나 올랐다.
다른 은행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마땅히 자금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한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 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대기업은 은행 돈 쓰기를 기피하다보니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다. 은행들은 특히 중소 제조업체에서 돈을 빼내 모텔 식당 부동산임대업 등 소비성 중소기업에 돈을 풀었다.
A은행의 경우 전체 중소기업 대출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말 40%에서 올 6월 말에는 26%로 떨어졌다. 반면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같은 기간 7%에서 18%로, 숙박업은 4%에서 8%로 크게 높아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소비성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것은 이들 업종의 경기가 부동산가격 급등 등으로 얼마전만 해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확실한 담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의 소비성 중소기업 대출 행태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랐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시중은행의 소호(소규모 자영업자) 대출이 지나치게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소비향락 산업’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 같은 경고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자 대출부실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은행들은 지금이라도 소호 등 중소기업에 대한 엄격한 신용평가기준을 만들고 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에 공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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