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뼈깎는 구조조정 日제조업 더욱 강해졌다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8시 08분


20여년의 침묵을 깨고 일본 제조업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신(新)일본식 경영’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일본의 반도체 판매가 1992년 이후 11년 만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의 디지털 가전 시장에서 일본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고 있다. 내수산업의 침체와 금융권의 잠재부실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제조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고 있기 때문.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일본 제조기업 부활의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국내기업들은 일본 기업의 구조조정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더욱 강해진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 제조기업 부활의 키워드는 장기간에 걸친 철저한 구조조정. 일본 제조업체들은 10년의 불황을 견뎌내면서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몸에 밴 상태. 어떤 상황에도 생존이 가능하도록 체질이 변화됐다. 카를로스 곤이라는 외국인 최고경영자를 영입해 지속적인 경영혁신 전개로 닛산자동차를 부활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

강점이 있는 분야에 전력투구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 복사기 관련 특허만 600개를 갖고 있는 캐논은 복사기, 레이저프린터 등 사무기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 사무기기 매출이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디지털카메라는 일본 기업이 처음 개발한 제품들. 카메라폰도 일본이 원산지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생산을 강화하고 지적소유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특징. 전자제품 생산업체 샤프는 핵심기술을 아예 특허등록하지 않는다. 핵심기술 모방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 캐논은 제조 장치를 통한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작업자가 자신에게 맞는 공구나 기계를 스스로 제작해서 사용한다.

일본의 전매특허인 ‘끊임없는 개선’과 ‘공동체 의식’도 다시 강조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도요타 자동차가 노사화합과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매년 최고이익을 경신하자 도요타 자동차의 경영 노하우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미국식 산업정책도 도입됐다. 일본 정부는 첨단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에 15개 클러스터를 지정,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가 함께 참여하는 기술혁신을 독려하고 있다. 하나의 칩으로 여러 개의 동화상을 동시에 압축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후쿠오카의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이 대표적인 예.

일본은 최근 한국 등이 아예 모방 불가능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용을 삭감하는 데 집중하는 ‘HOW’(공정 개선)보다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WHAT’(신기술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이우광 수석연구원은 “일본으로부터 기술이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술과 설비를 유럽과 러시아로 다변화하는 한편 자체 기술개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유망 신산업을 일본보다 먼저 선점하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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