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외자유치 한국인 2명 맞대결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04분


뉴브리지코리아 박병무사장
뉴브리지코리아 박병무사장
9월 9일 하나로통신이 뉴브리지-AIG컨소시엄과 11억달러 투자계약을 한 데 이어 15일에는 LG그룹과 칼라일이 13억4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하나로통신 문제는 두 외국 자본간의 경쟁구도로 양상이 바뀌었다.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을 대표하는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박병무 사장(42)과 칼라일아시아의 김병주 회장(40)은 각각 하버드대 로스쿨과 경영학석사(MBA) 출신.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려 온 두 사람이 처음 벌이는 맞대결이다.

▽박병무=1980년 서울대 법학과 수석 입학, 1982년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 88년 연세대 MBA, 94년 뉴욕 변호사시험 합격. 법조인이면서도 드물게 경제 금융 분야 전문가인 그는 쌍용증권 제일은행 한일은행 등 국내외 우호적 M&A 30여건과 한화종금 미도파 등 적대적 M&A 15건을 지휘한 M&A 전문 변호사다. 2000년에는 연예기획사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당시 로커스홀딩스) 최고경영자로 변신해 ‘엽기적인 그녀’ ‘가문의 영광’ 등의 제작 배급을 맡아 대박을 터뜨리며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6월 뉴브리지에 합류해 2년여간 끌어온 하나로통신 인수협상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여 9월 임시 주주총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본계약을 따냈다. 특급 변호사의 탁월한 말솜씨로 하나로통신 지원사격에서도 큰 공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

칼라일아시아 김병주회장

▽김병주=박 사장이 수재계열이라면 김 회장은 무서운 노력파.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를 빨리 배우기 위해 책을 끼고 살았고 그 버릇이 지금도 남아 잠자기 전에 꼭 책을 읽는다. 하버포드대 영문학과에 진학했으며 하버드대 MBA를 받으면서 금융전문가로 변신했다. 골드만삭스와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투자사에 10여년간 근무하면서 LG전자, KT, 쌍용자동차 등의 M&A와 민영화작업 수십건을 맡아 처리했다. 99년 칼라일 아시아지역 회장으로 오면서는 “서울로 출근하겠다”고 선언해 아시아지역 본사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겨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간접적으로 높이는 효과도 냈다. 국제금융계의 거물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씨티은행 등 굵직굵직한 미국 금융사에도 인맥이 많다. 박태준 전 총리의 막내사위.

▽“양보는 없다”=박 사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21일 하나로통신 임시주총에서 외자유치안이 부결되고 하나로통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투자를 취소할 생각은 없으며 LG그룹이 빚을 대신 갚아 부도를 면한다 해도 경쟁자로서 협상을 계속하겠다”며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회장은 “초고속 인터넷 업체에 많은 투자 경험이 있는 칼라일과 확고한 의지를 가진 LG가 공동 경영하는 하나로통신은 국내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뉴브리지 안이 주총에서 부결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금을 댈 것”이라고 말했다.

좌절을 모르고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달려온 두 사람. 그러나 21일 둘 중 한 명은 울게 돼 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