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엔화환율도 오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보다 적은 폭으로 상승하면서 원화와 엔화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상승 계속될까=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4원 오른 1174.9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일(1177.5원) 이후 44일 만에 가장 높은 수준. 또 최근 사흘 동안 27.2원이나 오른 것이다.
지난달 20일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환율 변동폭 확대를 지지하는 성명을 채택한 뒤 하락하던 환율이 오른 것은 일본과 한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 때문이다.
일본의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경제재정상은 15일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환율이 움직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엔화환율 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외환은행 외환팀의 구길모(具吉謨) 과장은 “한일 양국 정부가 강력히 시장에 개입한데다 그동안 달러를 내다팔았던 역외(域外) 및 국내 외환 딜러들이 환율이 오르자 손해를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달러를 사들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 딜러들은 17일 일본을 방문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체들의 입장을 반영해 부시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의 환율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경우 원화와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엔-원화 동조화 깨질까=지난달 22일 환율쇼크 이후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에 비해 하락폭이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 최근 사흘의 급등기간에 원-달러는 엔-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올라 이날 100엔당 원화환율은 1069.87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한 달 전인 9월 16일(1002.83원)에 비해 67.04원이나 오른 것으로 엔화와 원화의 동조 현상이 깨어지는 게 뚜렷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 무역전략팀 신승관(辛承官) 연구위원은 “속단하긴 이르지만 원화와 엔화의 연동 현상은 깨어지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일본 엔화에 비해 원화가 약세가 되면 한국의 전자, 조선, 자동차 제품의 국제 가격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일본에서 생산설비 등 자본재를 수입할 때는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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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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