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석호/적립식 투자와 위험관리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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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매입에 힘입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종합주가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상품들이 잇달아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대한투신운용이 지난달 24일 설정한 전환형 펀드는 주식에 투자수익률이 10%에 이르면 채권형으로 전환한다는 계약에 따라 이달 17일 채권형 펀드로 전환했다. 한국투자증권이 4월 15일 설정한 주가지수연동펀드(ELF)는 10월 15일 연 16.5%의 수익률을 나타내며 만기 상환됐다. LG투자증권이 판 주가연계증권(ELS)도 17일 연 10.13%의 수익이 확정됐다.

올 3월 증시가 바닥일 때 설정된 ELF나 ELS 가입자들은 가입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30% 오르면 연 8%의 이자가 확정된다는 계약에 따라 후발 상품보다 적은 이자를 지급했다.

당초 목표(연 8∼16.5%의 이자)를 달성한 투자자들은 모두 행복할까. 종합주가지수는 3월 18일 바닥을 친 뒤 20일까지 50.69%나 올랐다. 고객 가운데는 ‘겁부터 먹지 말고 과감하게 주식에 투자할 걸…’이라며 후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적립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한 투자가가 3월 18일 8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딱 시장 평균만큼의 수익을 올렸다면 이달 20일 현재 자금은 1205만5200원으로 불었다.

그러나 같은 800만원을 한 달에 100만원씩 10월 18일까지 8번으로 나눠 투자했다면 자산은 938만4000원, 수익률은 17.3%이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한 적립식 투자법을 따랐다가 공연히 손해만 본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3월 18일이 증시의 바닥이고 10월 21일 현재까지 증시가 꾸준히 오르는 것을 누가 미리 알았겠는가. 어떤 용한 전문가도, 어떤 베테랑 투자가도 미래의 주식시장을 장기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오히려 시장을 볼 수 있다며 증시 ‘꼭지’에서 가진 돈을 다 털어 넣은 투자자들이 많다. 지난해 주가지수가 700일 때부터 올 주가지수 700 때까지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한꺼번에 투자해 겨우 원금을 되찾은 사람보다 10%의 수익을 더 냈다.

저금리 현상으로 은행예금 금리는 연 4% 안팎이다. 은행 금리보다 조금 더 벌겠다는, ‘방망이를 짧게 잡은 투자’가 길게 보면 이기는 길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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