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22일 “회장단의 상당수가 해외출장 등으로 참석하기 어려워 이번 회장단 회의는 취소하고 이달 말 비공개 간담회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당초 1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상태. 공식적으론 ‘참석 인원이 적어서’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하지만 회장단 회의가 취소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굳이 비공개 간담회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달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손 회장을 재신임하기는 했지만 이달 들어 SK해운 비자금 문제의 파장이 커지면서 손 회장의 퇴진이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
전경련에선 ‘손 회장 이후’ 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다. 재계에서의 무게나 전경련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하면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 구본무(具本茂) LG 회장,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 가운데 차기 회장이 나와야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사양하고 있다. 정부가 아직 재벌 개혁의 칼날을 세우고 있고 노사문제나 출자총액제한 등 현안도 많아 재계대표 자리가 부담스러운 것.
내년 2월 총회가 열릴 때까지 현명관(玄明官) 상근 부회장이나 부회장단 중 연장자가 회장직을 대행하는 방안과 원로 고문 중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지만 그리 좋은 대안이 아니다.
이번 회장단 회의 취소의 배경에는 전경련의 이런 고민도 깔려 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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