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보고서]FTA<자유무역협정>소외…수출길 막힌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못한 탓에 우리 수출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기존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일본 및 싱가포르와 FTA 협상을 서두르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체결된 칠레와의 FTA도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해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KOTRA는 23일 ‘세계 주요 FTA 성공 및 한국의 피해 사례’ 보고서에서 “2005년 말까지 300여개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 세계 주요 무역대국 중에서 유일하게 단 하나의 FTA도 발효시키지 못한 나라로 해외시장에서 한국 상품은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내년부터 50% 관세를 부과하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FTA 체결국가에 대해선 10%만 물리며,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건설 프로젝트에 FTA 비가입국인 한국은 입찰자격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공동강제규격인증(CE마크) 제도가 엄격한 EU에 기계 완구 전기·전자제품 통신기기 의료기기 승강기 등 21개 품목을 수출하기 어렵게 됐다. 역시 EU와 FTA를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H형강 수입관세를 동남아국가연합(ASEAN) 가입국에 대해선 5% 물리는 반면 비회원국은 20%를 부과한다.

KOTRA 최동석 통상전략팀장은 “FTA 체결로 농산물 등 일부 품목은 수입이 늘어나겠지만 경제 전반에 걸쳐 수출증진뿐 아니라 외국인직접투자와 인력이동 및 기술·표준 등 보이지 않는 이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EU는 단일시장계획 10년(1993∼2001) 동안 25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국내총생산(GDP)은 8770억유로 더 늘어났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역내국인 멕시코도 1993∼2001년 역내국 수출이 연평균 18.3% 증가했다.

FTA 국가 사이에는 통상마찰이 줄어든다. 미국은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대상에서 NAFTA 회원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산은 제외했다. ASEAN 중심부에 있는 태국은 올 1∼8월 외국인직접투자가 48억달러에 이르러 전년동기보다 49% 늘어났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