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대 직장인의 창업기]"2년간 준비…궂은일 내손으로"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8시 15분


코멘트
직장생활을 하면서 창업준비를 한 장순기씨(34)는 “창업에는 아이템이나 자본금이 중요하지만 체력도 아주 중요한 밑천”이라며 “창업에 뜻이 있다면 지금부터 당장 절제된 생활과 함께 체력관리에 나서라”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창업준비를 한 장순기씨(34)는 “창업에는 아이템이나 자본금이 중요하지만 체력도 아주 중요한 밑천”이라며 “창업에 뜻이 있다면 지금부터 당장 절제된 생활과 함께 체력관리에 나서라”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30대 퇴직’이 낯설지 않은 사회가 되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은 ‘어차피 정년을 보장받기 힘드니까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창업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번쯤 하며 산다. 창업을 하면 월급쟁이 생활보다 나을까? 국내 유명 대학 출신이지만 직장생활을 접고 만 2년2개월간 음식점을 꾸려가고 있는 한 30대의 창업행적을 살펴봤다.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 지, 창업 이후 생활은 직장생활과 어떻게 다른 지가 잘 드러난다.》

▽7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유=서울 은평구 구파발에서 경기 장흥유원지를 지나 기산저수지 인근까지 가면 ‘마네모네’(www.manemone.com)라는 250평짜리 주차장을 갖춘 생선구이 집이 있다. 이 집을 임대해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30대의 장순기씨(34). 그는 3년 전까지는 직장인이었다.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정유회사와 산업설비를 만드는 회사를 7년간 다녔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연봉이 갑자기 40%가량 줄었다. 생활비를 걱정해야 했고, 나이든 선배들이 줄줄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보면서 ‘낙엽’같은 자신의 처지가 서글펐다. 이때가 1999년 초.

‘내 꿈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장씨는 자신을 되돌아봤다.

“꿈 없이 살았더군요.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 매진해 본 적도 없었고요. 그때 문득 고등학교 때 생각했던 ‘자연과 함께 하는 휴양시설’이 떠올랐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생각도 들었죠.”

▽치열한 창업 준비= 2000년 초 ‘꿈을 위해 노력이나 한번 해보자’는 비장한 결심을 했다. 창업 준비를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금주와 금연이었다. 그리고 매일 새벽 일어나 운동을 시작했다. 마라톤을 하며 성취욕을 키웠다.

창업자금이 없었다. 목표 없이 살다보니 6년간 모은 돈이 많지 않았다. 경기 분당에 있는 24평 아파트가 전 재산. 이때부터는 월급의 60%를 무조건 저축했다. 금주와 금연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도시락을 싸가 점심값까지 아꼈다. 이렇게 1년간 모은 돈은 6년간 모은 돈보다 많았다.

창업 공부할 시간을 내기 위해 직장일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에 일하면서 야근시간을 줄였다. 저녁에 창업 강좌를 듣고 끝내지 못한 일은 밤에 다시 회사로 가서 하는 경우도 많았다. 잠을 4시간밖에 자지 않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통나무 다루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주말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관련단체를 3개월간 조르기도 했다.

꿈은 휴양시설이었지만 당장 시작할 돈은 없었기에 창업아이템을 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창업아이템과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볐다.

장씨는 “그때마다 각 지방에 있는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상권분석부터 임대료 정보까지 한번에 얻을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살림집이 딸린 현재의 ‘마네모네’다. 주변 환경이 휴양시설에 버금갈 만큼 좋아 결정했다. 창업자금 1억4000만원 중 70% 가량이 아파트를 전세 내주고 받은 돈이었다. 자금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정하고 빚낼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직장생활보다 훨씬 힘들다= 2002년 8월 창업 초기에는 갈비집이었다. 경험이 부족해 주방시설을 두 번이나 바꾸는 어려움을 겪었다.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못 구해 개업이 3개월 늦어지기도 했다. 처음 문을 열고 3개월 동안 약 700만원의 적자를 봤다.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식당이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심어 나갔다. 주변에는 주로 연인들을 위한 시설들이 많았기 때문에 뭔가 특색 있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수대나 굴렁쇠, 목마 등을 갖추고 야외 테이블은 통나무집을 짓기 위해 배운 목수기술을 활용했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영업 준비를 하고 밤 10시에 문을 닫았다.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휴지를 줍는 일부터 주방설비 고치는 일까지 모두 직접 해야 할 일이다. 창업 전에는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몸은 항상 피곤한 상태여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운전은 직접 하지 않는다. 졸음으로 사고가 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인까지 일을 거들고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버는 돈은 한달에 평균 800만원. 경험이 쌓이면서 단골손님을 유지하는 방법이나 아르바이트 인력을 효율적으로 뽑는 법 등 작지만 중요한 경험도 쌓아가고 있다.

장씨는 창업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체력을 꼽았다. 체력이 약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생활과 비교해서는 “창업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한다”며 “화장실 고치는 일까지 내가 한다는 각오가 없으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경기 침체로 손님이 줄자 손님 1인당 평균 2만원이던 갈비집을 최근 6000원대의 생선구이집으로 바꿨다. 재창업의 각오로 뛰고 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후배창업자에 한마디 ▼

▽체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음식장사 원가 수준도 높아졌다. 판매금액의 30%로 생각하면 질이 떨어져 실패하기 쉽다.

▽조리사를 구할 때는 불특정 다수 를 상대로 광고를 하는 것보다 한국조리사중앙회나 음식업중앙 회를 이용하는 게 좋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각 대학 취 업실을 활용하면 효율적이다.

▽단골손님에게는 작은 기념품을 별 도로 주면 효과가 좋다.

▽고객과 언쟁을 피하는 것이 좋지 만 소란이 커지면 제압이 필요할 때도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