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3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받은 SK 비자금 100억원의 일부가 당에 전달된 경위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섬에 따라 한나라당의 불법 선거자금 실체가 얼마나 드러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이 “100억원 중 상당액을 중앙당에 전달했다”고 핵심 당직자에게 말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지금까지 조사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1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수사팀은 “100억원이 전부 전달됐는지, 최 의원이 얼마나 유용했는지 등 핵심 의혹이 규명되지 않아 수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사용처 조사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앞으로 수사는 △최 의원이 SK에 100억원을 요구한 경위 △한나라당에 유입된 SK비자금의 규모와 유입 경위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 지도부와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개입 및 인지(認知) 여부 △최 의원의 개인적 사용 여부 등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이 같은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선거자금을 집행한 김영일 전 사무총장과 당 재정국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 의원이 SK에서 받은 자금이 한나라당 공식 자금으로 입금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 공식 계좌를 추적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검찰이 100억원의 사용처는 물론 한나라당이 SK 이외의 다른 기업에서 받은 후원금 등에 대해서도 인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나라당이 현금을 통장에 입금하지 않고 그대로 16개 시도지부나 사조직 등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면 검찰은 당 관계자와 현금 운반 책임자 등을 불러 돈의 사용처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수사에서 지난해 대선 때 한나라당의 공식 조직과 각종 사조직이 사용한 불법 선거자금의 유통 경로가 드러날 경우 1997년 국세청을 통한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인 이른바 ‘세풍(稅風)’사건보다 더 큰 파문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세풍사건 수사에서는 불법 모금된 자금이 당 공식 계좌에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쳤지만 이번 수사는 불법 자금의 행방과 사용처에도 수사의 칼날이 미치고 있다.
SK비자금이 당 공식 계좌 등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 의원이 당 관계자와 공모했는지와 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의 개입 및 인지 여부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최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한다고 해도 돈을 받은 당직자와 개인의 책임도 명확하게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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