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는 23일 운영위원회의에서 “‘불법자금’ 100억원을 받아쓴 게 죄송스럽다”고 말해 이를 사실상 시인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선에 참여했던 모든 정당은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돈 이외에 다른 돈을 써왔고 지난 대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한 해 동안 915억1700여만원이 당에 들어왔다고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 이 가운데 대선비용으로 썼다고 신고한 금액은 226억여원.
한나라당의 지난해 수입 항목 가운데 100억원을 초과하는 것은 후원회 기부금(184억5000만원)과 국고보조금(531억1100여만원)뿐이다.
SK의 돈 100억원은 그 성격상 공식 회계 절차를 거쳤다면 후원회 기부금에 포함됐어야 하지만 한번에 100억원의 기부금이 당에 접수된 적은 없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최 의원이 당에 전달했다는 100억원은 모두 현금이었다. 따라서 대선자금을 관리하는 파트에선 이 돈을 회계처리하지 않고 쓰는 데 큰 부담을 갖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현금 100억원은 워낙 분량이 많기 때문에 당 내에 보관하는 게 불가능해 특정 계좌에 입금시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비밀계좌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아야 2, 3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돈이 각 지구당에 선거비용으로 지원됐거나 당내 최대 공조직이었던 직능특위에 배포됐다고 하더라도 돈을 받아 쓴 입장에선 돈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 내에선 지난해 각 특위가 자체 조달한 선거자금까지도 김영일 당시 선대본부장이 직접 관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최 의원이 전달한 100억원처럼 현금으로 조성돼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당에 전달된 다른 선거자금도 회계처리가 되지 않고 선관위에도 신고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검찰수사 결과 이 100억원이 선관위 신고 없이 당의 선거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이 100억원이 단순한 정치자금이 아니라 SK측의 청탁과 함께 전달됐다면 청탁을 받은 당사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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