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오전 40여명이 참석한 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책임지겠다”, “죄송스럽다”는 말을 반복했고 참석자들은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소장파 의원들로부터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대선자금 전모를 ‘고백성사’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왔다.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검찰 수사에 우리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스스로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히고 허물을 벗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을(權五乙) 의원은 “우리 당이 모든 것을 밝히지 않으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 한다”고 했고 전재희(全在姬) 의원은 “죽는 것을 자청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가 죽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최 대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인식하면서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회의가 끝난 뒤 한 의원은 “문제는 최 의원이 전달했다는 100억원이 아니라 검찰 수사가 지난해 대선자금 전반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민주당은 SK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싸잡아 공격했다.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대선자금 수입 지출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우리당측은 SK비자금의 한나라당 유입 사실이 확인되자 이를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원기(金元基) 창당주비위원장은 한나라당에 2000년 총선 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한 것도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총선자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의 현대 비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당측이 총선자금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한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김영환(金榮煥) 정책위의장은 “우리당측이 남의 집에 불이 났다고 자기 집 문제는 덮고 갈 수 있다는 식의 정략적 사고를 하는 것은 뻔뻔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SK 비자금 한나라당 유입이 확인되자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비리가 상대적으로 묻힐 것으로 예상하고 반색하는 표정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SK 비자금만 하더라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비율이 5 대 1(100억원 대 20억원) 아니냐”며 “한나라당에 비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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