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 의원 “부인못할 증거 나와 黨전달 시인”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44분


SK비자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은 24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신이 돈을 받은 사실을 검찰에서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털어놓았다.

최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의총에서 “끝까지 함구하려 했으나 검찰에서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와 3차 소환 때 시인했다”며 “SK비자금 전액을 당에 전달한 것을 밝히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그 돈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최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의원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SK비자금이 중앙당에 유입됐나’ ‘당에서 시켰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한 적 없다. (언론이) 소설을 썼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은 또 한번의 질문공세를 퍼부었지만 최 의원은 여전히 말을 아꼈고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부리나케 국회를 떠났다.

최 의원의 의총 발언 이후 당내에서는 “혼자만 면피하자는 것이냐”며 그의 처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당에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하다가 정작 3차례 검찰 소환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털어놔 당이 제때 대응할 기회마저 놓치게 만들었다는 판단에서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끝까지 말을 하지 말든지 버틸 힘이 없다면 차라리 당에 소상히 털어놔 대응이라도 잘 하게 하든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 지도부 역시 최 의원이 수시로 말을 바꾸는 것에 당황하고 있다. ‘최 의원이 100억원을 당에 전달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할 때까지도 당 지도부는 “도대체 우리가 진상을 알아야 무슨 말이라도 할 것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일부 사무처 당직자들은 100억원의 비자금이 당으로 유입됐다는 소식에 “지난 대선 기간에 당에 돈이 없다고 해서 내 돈을 써가며 선거운동을 했는데…”라며 배신감을 털어놓았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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