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접촉 과정=당 재정국은 지난해 10월 초 당시 재정위원장이던 최 의원 등에게 기업들을 할당해 선거자금을 모금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
SK측으로부터 “돈을 보내겠다”는 응답을 받은 당 재정국은 은밀히 최 의원에게 SK와 접촉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SK측에서 “얼굴을 알만한 사람을 내보내 돈을 받아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당에 알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영일(金榮馹) 당시 선거대책본부장 등 일부 당 관계자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당이 최 의원에게 SK측과 접촉하라는 요청 내지 지시를 한 게 아니라 최 의원이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SK측과 연락을 취했다는 반론이다.
▽자금 전달 과정=당시 강원 지역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최 의원은 주로 강릉에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SK측의 연락을 받고 서울로 이동했다.
최 의원의 SK측 상대자는 김창근(金昌根)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었다. 두 사람은 최 의원이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도중에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면서 동시에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맞췄다.
두 사람이 만나 돈을 주고받은 장소는 최 의원의 자택이 있는 서울 동부이촌동 모 아파트 지하 주차장. 김 본부장은 최 의원을 만날 때마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 주차장으로 왔다.
두 사람은 서로 타고 온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김 본부장의 차량에서 최 의원의 엔터프라이즈 승용차로 쇼핑백에 든 현금을 옮겨 실었다.
이 돈은 곧바로 당 재정국 관계자들이 5차례에 걸쳐 가져갔다는 것이다. 재정국 관계자들은 승합차를 타고 최 의원의 아파트 근처에 대기하다가 김 본부장이 떠나자마자 최 의원의 승용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승합차를 몰고와 돈을 실어 갔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김 본부장의 차량에서 돈을 옮겨 실은 뒤 재정국의 승합차가 이 돈을 가져갈 때까지 걸린 시간이 채 5분도 안될 만큼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를 알 수 없었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검찰 수사 단서=검찰은 김 본부장에게서 최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최 의원이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오며 약속시간을 조정하기 위해 김 본부장과 통화한 휴대전화 기록을 입수했다.
최 의원은 당초 검찰에 출두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려고 마음먹었으나 검찰이 김 본부장과의 통화 기록을 근거로 추궁하자 돈을 전달받은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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