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국내최대 장학재단 운영 이종환 삼영그룹회장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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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모은 재산을 장학재단에 출연해 ‘한국의 록펠러’로 통하는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 그는 “돈은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주일기자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장학재단에 출연해 ‘한국의 록펠러’로 통하는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 그는 “돈은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주일기자
“돈을 버는 데는 천사처럼 못했습니다. 그러나 쓰는 데는 천사가 돼야죠.”

이종환(李鍾煥·80) 삼영화학그룹 회장은 ‘한국의 록펠러’로 통한다. 미국의 석유왕 존 록펠러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기 때문.

성공한 기업가로 많은 재산을 모았고, 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기부문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록펠러가 1890년부터 수억 달러의 사재를 털어 자선사업을 한 것처럼 이 회장도 지난해 4월 3000억원을 출연해 ‘관정(冠廷) 이종환 교육재단’을 만들었다. 이런 공로로 그는 최근 ‘2003 대한민국 기술대전’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우리 재단이 장학사업 규모로는 국내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누구나 최대나 최고의 기록을 오래 유지하고 싶겠지만 저는 이 기록이 빨리 깨지길 바라요.”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이 우수 인재에게 매년 지원하는 장학금 규모는 150억원(기본재산 3000억원을 운용해 올리는 연간 수입). 국내 장학생 1000명에게 1000만원, 외국 유학 장학생 중 이공계의 경우 최고 4만5000달러까지 각각 지급하는 것을 합한 금액이다. 지금까지 국내 최대 장학재단으로 알려진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연간 지급규모(52억원)의 세 배가량 된다. 삼성그룹이 5000억원 출연을 목표로 지난해 7월 출범시킨 ‘이건희 장학재단’의 기본재산(현재 1500억원)과 비교해도 갑절이 될 정도다.

“어떻게 모은 재산인데 아깝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일흔 살이 넘으면서 인생관이 바뀌었죠. 자식들에겐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것만 남겨 주고 나머지는 베푸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죠.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 마찰도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2000년 부인으로부터 이혼청구 및 1000억원에 이르는 재산분할 소송을 당하는 등 사재출연에 반대하는 가족들과 불협화음을 빚기도 했다. 이 소송은 이 회장 부인이 5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당시 가족들보다 주변에서 부추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며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회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나라나 기업이나 살림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 키우는 겁니다. 특히 이공계 인재를 잘 키우면 투입액의 몇 백배, 몇 천배 가치를 낼 수 있지요. 내년까지 사재 출연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점심시간이면 직원들과 함께 자장면을 즐겨 먹어 ‘구두쇠’ 소리를 듣는 이 회장이지만 사람 키우는 일에는 아낌이 없다. 그는 “장학금을 주는 것 외에 인재를 직접 키우기 위해 경남 마산에 영재고등학교 설립도 추진 중”이라며 “우리 재단이 지원한 인재 가운데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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