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특구 성공하려면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8시 27분


정부가 인천에 이어 부산·진해와 광양을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으로 지정했다. 3개 특구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동북아 경제중심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구 지정은 우리나라가 과격한 노사분규, 과도한 정부 규제, 높은 임금 상승 등으로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방안의 하나다. 이해집단의 반발 등으로 전국적인 투자환경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일부 지역만이라도 규제를 풀고 각종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그런데도 노동계와 이익집단은 물론이고 정부 일각에서도 절박한 현실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보건복지부는 특구 내 외국 병원에 대한 내국인 출입에 반대하다가 논란을 빚자 ‘대안 아닌 대안’을 내놓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통해 공공의료 개선을 위한 재원이 마련되면 외국 병원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겠다는 식의 절충안이다. 이는 외국 병원 자체도 투자유치의 한 대상임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내국인이 이용할 수 없는 곳에 어떤 외국인이 종합병원을 짓겠는가.

정부는 무엇보다 특구에 대한 인식 자체를 새롭게 해야 한다. 외자유치의 유인(誘因)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등으로 가는 외국 기업들의 발길을 우리 쪽으로 돌리려면 더 유리한 투자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작 비슷한 정도의 투자환경을 만드는데도 소모적 논란과 흥정을 벌여서는 우리 특구들이 성공하기 어렵다. 새로 지정된 두 특구에만 120조원의 투자재원이 필요하고, 7조∼8조원의 국고 지원 이외에는 결국 국내외 민간자본을 유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 건설 중인 중국 상하이 인근 양산항이 완공되면 지금도 위상이 후퇴하고 있는 부산항의 물동량이 최대 28%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부산항을 보완해야 할 광양항도 아직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특구계획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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