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춰볼 때 이 전 총재의 출국 시점은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 이후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관심사는 이 전 총재의 입장표명 부분이다. 입장표명 여부와 함께 하게 되면 언제,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할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측근은 “수사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내용에 대해 입장표명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른 시일 내에 국민에게 사과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조기 사과론’을 언급한 한 핵심 측근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전후해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의 다른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직접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대선 후보였던 만큼 상황이 모두 정리되면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는 식의 입장표명을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 전 총재는 20일 입국할 때 이 사건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조용한 두 결혼식▼
한나라당이 SK비자금 유입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이회창 전 총재와 이재현 전 당 재정국장이 25일 함께 혼사를 치렀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성북동성당에서 차남 수연(秀淵)씨 결혼식을, 이 전 국장은 정오 서울 여의도성당에서 딸 결혼식을 각각 치렀다.
이 전 총재는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와 함께 하객들을 맞았으나 SK비자금 사건의 파문 탓인지 “감사하다”는 말 외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결혼식이 끝난 뒤 그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언급을 피한 채 옥인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날 식장엔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대신 전달했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 서청원 전 대표,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 30여명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또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와 안기부 자금 횡령사건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강삼재(姜三載) 의원도 참석했다.
이 전 총재의 사돈은 영남지역에서 중소기업 D사를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국장은 검찰 소환을 앞둔 탓인지 시종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는 SK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실무자”라며 “검찰 조사에 앞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짤막하게 말했다.이 전 국장은 특히 취재진이 결혼식장에 몰려들 경우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것을 우려해 결혼식에 앞서 당사에서 방송사측과 자진해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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