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00억원 유입’ 수사=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이 SK비자금 100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 27일 소환되는 이재현(李載賢)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에 대한 조사는 최 의원이 돈을 받은 경위와 자금이 당에 유입된 경로 등을 밝혀내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나 이 전 국장이 SK비자금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자신도 ‘심부름’ 역할만 했다는 취지로 진술할 경우 곧바로 이 전 국장의 윗선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수사의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선거자금 집행을 담당했던 김영일(金榮馹) 의원과 한나라당 후원회장을 맡았던 나오연(羅午淵) 의원, 선거대책위 위원장이던 서청원(徐淸源) 의원 등이 소환 대상자로 거론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번 주 소환되는 정치인들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자에 포함될 수도 있다. 검찰이 이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SK 비자금 수수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단서를 포착하거나 이 사안과 관련된 새로운 범죄를 적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도술-노무현 대통령 관련성 수사=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SK에서 받은 11억원에 대한 사용처 수사에서도 제3의 정치인이나 정치권 주변 인사가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26일 최씨 수사와 관련해 미묘한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한 인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최씨의 금품 수수와 관련해 출금된 인사는 노 대통령과 친분을 유지하며 민주당 선거자금 의 모금 또는 집행에 관여했거나 11억원 사용처 가운데 최씨가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대선 빚 변제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도 “11억원 사용처 수사는 민감한 쟁점과 관련해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 인사가 대선 빚 변제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만일 출금된 인사에 대한 조사에서 노 대통령이 최씨의 범죄 혐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질 경우 이 사건 수사는 곧바로 노 대통령을 겨냥하게 될 수 있어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11억원의 사용처와 관련된 의혹을 모두 밝혀내지 못할 경우 ‘대통령 보호를 위한 수사’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수사 방향 예측 불가=검찰은 현재 대통령 및 한나라당의 선거 자금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한나라당 등 외부에서도 대선 자금에 관한 의혹을 스스로 털어놓고 있어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속단하기 어렵다.
특히 검찰이 정치인 소환 조사를 통해 SK비자금 이외에 다른 기업이 제공한 대선 자금에 관한 단서를 포착할 경우 이 수사는 SK를 넘어 새로운 정치 자금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폭발력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수사가 계속되면 검찰이 선거와 관련된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또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 검찰 수뇌부의 고민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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