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류인섭/남도 '농민 한마당' 구경오세요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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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섭
천혜의 농사터로 예부터 이름 높은 전남 나주의 산포들녘에는 지금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이 들에서 우리 농민들은 추수에 여념이 없다.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남도농업박람회’가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되는 생명산업의 진열장이자 도농간 교류의 마당이다.

올해 유독 많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던 농민의 심정은 우울했다. 태풍 매미까지 우리 일터를 할퀴고 지나갔다. 저온, 일조량 부족, 병충해 등 한마디로 울고만 싶은 한 해였다. 하늘을 원망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농촌이 처한 이런 어려움에 대한 국민의 배려와 이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 농민은 역경 속에서도 굳건히 두발을 딛고 서서, 의지와 희망의 노래를 오히려 더 소리 높여 부르고자 한다.

우리 농업은 생명산업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 이번 남도농업박람회는 이같이 발전한 우리 농업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반도체나 자동차산업의 발전은 알지만 농업의 놀라운 발전을 직접 살필 기회는 많지 않았다.

“뜻이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안 본다”고 걱정해준 도시 친구들의 말을 참고해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아직은 좀 설익은 느낌도 있지만 놀이공원이나 먹을거리 위주의 여느 축제와는 다른, 깊이 있는 재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농업을 조망할 수 있는 농업발전 체험관과 농기계 농자재 전시장에서는 기자재를 직접 조작해보는 즐거움도 있다. 농민이 직접 가꾼 농작물로 맛나게 조리한 향토 산해진미 코너도 마련했다.

전남도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농도(農道)다. 이번 농업박람회를 통해 우리 농업의 현주소를 진단해보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또 거센 세계 무역전쟁의 파고가 우리 농업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런 노력들이 세계 어느 국가의 농업과도 차별화된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첫 단추가 되리라고 믿는다.

류인섭 전라남도농업기술원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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