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매력 부각=이날 금융주 상승은 국내외 은행권의 M&A 관련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때문. 전날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플리트보스턴 인수를 발표하면서 미국 은행주 주가가 크게 뛰어올랐다. 유럽과 일본의 대형 은행주들도 동반 상승세를 탔다.
외국계 은행 HSBC가 국내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분위기를 띄웠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26일 “HSBC가 한국시장의 중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한미, 외환, 제일은행 등이 HSBC의 주요 인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탠더드 앤드 차터드 은행, 미국 씨티그룹, 싱가포르 DBS그룹 등도 국내 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자산건전성 확보가 관건=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M&A 호재에도 불구하고 은행업의 전반적인 실적이 바닥권이라는 점에서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은 3·4분기(7∼9월) 국내 6개 은행과 2개 금융지주사의 적자폭이 200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국민은행, 조흥은행, 우리금융 등 대형은행들의 적자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특히 은행 자산건전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연체율에서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만 호전됐을 뿐 대다수 은행들이 오히려 악화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구제 방안도 연체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축소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은행 영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적기는 언제일까=증시 전문가들은 은행업의 주가가 현재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면 4·4분기(10∼12월) 또는 내년 초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
삼성증권 유재성 연구원은 “4·4분기부터 은행 실적이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라며 “M&A 가능성이 높은 은행에 관심을 가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M&A 여력이 없는 국내 대형은행보다는 외국계 은행을 주축으로 인수전이 가열될 전망”이라며 “대주주인 칼라일펀드의 지분매각 제한이 풀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미은행이 가장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원도 “은행 분기실적과 은행주 업종지수를 비교하면 주가가 은행 실적을 1분기 정도 선(先)반영한다”며 “내년 초 은행업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면 올 4·4분기가 금융주 매수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