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실버취업박람회 북새통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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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시 주최의 실버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홀. 바깥은 다소 쌀쌀했지만 홀 안은 구직의 열기로 후끈했다.

서울시가 이날 정오까지 집계한 방문자는 2만3500명. 마감시간인 오후 5시까지는 3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시 관계자는 추정했다.

이 박람회는 서울시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주기 위해 28, 29일 이틀간 마련한 행사로 올해는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취직을 위해 행사장은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50, 60대. 일하고 싶은 열망은 같겠지만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취업성향은 달랐다.

고학력 노인들은 사무직에만 이력서를 내고 힘든 일은 피하는 반면 저소득 저학력 노인들은 “청소나 경비 등의 업종이라도 제발 일자리만 구했으면 좋겠다”며 아우성이었다.

한국통역번역협회의 조아라씨는 “외국 유명 기업의 한국지사장이나 MBA를 취득한 대기업 임원 출신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노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업체들이 대부분 나이를 65세 이하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한 증명이라도 하듯 나이제한이 없는 맥도날드와 현대오일뱅크 앞은 지원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또 여성 구직자들은 지원 직종이 너무 적다고 입을 모았다. 50, 6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기 돌보기나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이 전부였다.

상담을 거쳐 접수를 해도 취직이 되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3968명을 뽑는 이번 박람회에는 3만여명이 참가해 경쟁률이 10대 1정도나 된다. 일단 접수를 하고 나중에 취업을 통보받기 때문에 그때까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최명숙씨(65)는 “5월 박람회에도 왔었고 이력서를 여러 장 냈지만 아무데서도 연락이 안 왔다”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가 자원봉사자를 뽑기 위해 마련한 자원봉사센터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500여명이 상담했지만 접수한 사람은 100명이 채 안 된다. 그나마 고학력자만 할 수 있는 통역, 번역 등에 많이 몰리고 육체노동이 필요한 분야는 신청자가 적었다.

직장을 구하려는 노인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체불명의 업체 직원이 노인들에게 접근해 이력서를 받아가는 것. 박람회 사무국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기재된 이력서를 받아가서 혹시 부정하게 사용할까봐 등록되지 않은 업체는 상담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5월 박람회 때보다 업체 수와 취직인원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게 서울시의 자체 평가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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