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전경련 회장단 간담회에서 "저로 인해 회원사와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며 "이번 사태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전적으로 제 부덕의 소치"라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2월7일 김각중(金珏中)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했던 손 회장은 SK사태 등으로 상처를 입고 8개월 20여일 만에 중도 사퇴했다. 이는 역대 전경련 회장 중 최단임 기록이다.
손 회장은 "다시는 과거의 문제로 불행해지는 기업과 기업인이 없도록, 제가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전경련 회장직에 올랐던 손 회장은 취임 이후 '한·중·일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성' '국민총생산(GNP) 1조 달러 달성' 등을 주창하는 등 의욕을 보였으나 결국 SK사태로 도중에 낙마했다.
손 회장의 사퇴가 공식화되면서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간담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전경련은 그동안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 LG 구본무(具本茂)회장, 현대·기아자동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을 추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이들이 모두 고사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회장단 간담회에서는 '빅3'를 제외한 재계 총수를 추대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전경련은 간담회가 끝난 뒤 발표문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 문제에 기업들이 연루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치자금 문제로 나라가 들끓고 있고 기업들이 여기에 연루돼 있는 만큼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용서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사과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불법 정치자금을 근절하고 돈 안드는 정치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치자금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재계 차원에서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이를 위해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현재 용역을 통해 검토되고 있는 정치자금 개선방안에는 △개별기업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대신 경제단체 등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정치자금 제공 △정치자금 지출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 △당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했던 법인세 1% 정치자금 기탁 방안 등이 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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