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투자해볼 마음은 굴뚝같지만 주식에 넣자니 목돈 까먹을까 두렵고 부동산에 투자하자니 혹시 ‘상투 잡지나 않을까’ 겁나지 않아?”
지난해 결혼한 맞벌이 부부 박진수(27) 윤지연씨(28)는 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 목돈을 가진 사람들 모두의 고민이다.
박씨 부부의 목돈 굴리기 목표는 몇 년 안에 신도시에 32평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 직장에 양해를 구한 뒤 24일 한나절 동안 은행, 증권, 부동산 등의 투자 컨설팅을 받으러 다녔다. 방문한 곳은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팀과 삼성증권 Fn 아너스 클럽, 스피드뱅크의 부동산연구소. 동아일보 위크엔드팀이 이 현장에 동행했다.
●재산 현황
―정기예금 6000만원(수시 출금 가능, 연 금리 5.5%)
―근로자우대저축 2450만원(2006년 만기, 연 금리 8.5%)
―장기주택마련저축 1000만원(2009년 만기, 연 금리 6.5%)
―주택청약정기예금 1200만원(부부 모두 청약 1순위)
―개인연금 800만원(노후대비용)
―여윳돈 월 300만원
박씨 부부의 재산 목록이다. 금리가 높을 때 좋은 상품에 가입한 편.
은행에 다니는 박씨의 연봉은 4000만원, 출판기획사에 다니는 윤씨 연봉은 3000만원 정도. 은행에서 지원한 소형아파트에 살기때문에 당분간 집에 돈을 쓸 일은 없다.
이들은 주식투자를 직접 할 생각은 없지만 주식형 펀드 같은 약간 위험성이 있는 투자를 해 볼 생각도 있다. 리스크가 커야 재산도 빨리 불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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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주택' 금리 가장 높아
박씨 부부는 먼저 신한 PB팀의 한상언 재테크팀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 팀장은 “현재 가입한 예금이나 저축이 꽤 괜찮은 조건이므로 대부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대신 매달 생기는 여유자금으로는 장기주택 마련 저축에 넣을 것”을 권고했다.
박씨는 이미 연 금리 6.5%로 7년짜리 이 저축에 가입해 1000만원을 모았다. 한 팀장은 “올해가 가기 전 부인인 윤씨 명의로 이 저축을 하나 더 개설하고 30∼50년 만기 상품 서너 개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 팀장의 설명은 이렇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현존하는 확정금리 상품 중 가장 금리가 높다. 현재는 세대주가 아니라도 가입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세대주에 제한된다.
분기당 300만원을 넣을 수 있으므로 연간 상한액인 1200만원까지 넣는 게 좋다.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을 최대한 받을 수 있기 때문. 연간 750만원 이상 넣으면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봉 4000만원인 박씨의 경우에는 60만원가량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부인 윤씨가 이 상품에 가입하면 세대주가 아니라서 소득공제는 받지 못하지만 비과세 혜택은 받는다.
30년이 넘는 장기주택마련저축도 서너 계좌 정도 개설해둠직하다. 통장 개설 후 추가로 돈을 넣지 않아도 상품이 살아있기 때문. 7년이 지나면 해약이 자유로워 목돈이 필요하면 계좌를 옮겨타면 된다. 7년짜리 혜택은 고스란히 받으면서 보장기간만 4배이상 긴 셈이다.
●해외펀드가 전망이 좋다
삼성증권 Fn 아너스의 이선욱 과장은 가용 자금 6000만원 중 3000만원은 주식형 상품으로, 나머지는 채권형 상품으로 굴릴 것을 제안했다.
주식형 상품은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S&P500펀드’ 등 해외펀드를 권고했다. 삼성·템플턴·슈로더 등 투신운용사의 상품이 많다. 이미 미국주식시장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국내 시장보다는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격적 투자를 원한다면 홍콩 대만 등 중국계에 투자하는 차이나펀드도 있다. 올 상반기 40∼50%의 수익률을 내기는 했지만 위험도가 높다는 설명. 채권형 펀드도 해외투자를 권고했다. 슈로더 투신의 ‘15개 개발도상국 국채 투자 상품’이 추천됐다.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수익률이 15%에 달했던 검증된 상품이라는 것. 대신 이 펀드에 가입할 경우 적어도 1년은 투자해야 실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채권에 투자할 경우 삼성카드의 3년짜리 기업어음(CP)이 추천됐다. 확정금리로 연 6.7%의 이자를 매달 나눠서 지급받는다.
이 과장은 “매달 들어오는 자금 300만원 중 근로자우대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에는 지금처럼 각각 100만원씩 넣고 100만원은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다.
●부동산 실수요자 안늦었다
부동산 투자 상담을 받을 차례가 되자 박씨 부부의 눈이 반짝였다. 이들은 이미 경기 하남, 분당 등 관심 있는 곳은 찾아가 볼 만큼 ‘공부’를 한 상태였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안명숙 소장은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만 박씨 부부처럼 실수요자라면 거주지에는 투자해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전세를 끼고 32평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박씨가 관심을 둔 지역 가운데 수요가 몰려 전세 놓기가 쉽고 전세액 비율이 높아지는 곳으로는 분당이 가장 유리하고 그 다음은 과천, 일산 순으로 추천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면 야탑동, 자동차로 출퇴근 하려면 초림역 인근이 좋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급매할 가능성이 높은 요즘 이런 지역의 부동산중개소에 연락을 취해 놓고 좋은 물건을 골라 사면 금상첨화라는 설명이다.
박씨 부부는 내년에 있을 판교 청약에 나설 계획이다. 안 소장은 “운이 좋아 판교에 당첨되더라도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 등을 활용하고 미리 사둔 집으로 자금을 대면 된다”고 말했다.
●에필로그
박씨 부부는 컨설팅을 받은 뒤 이틀 동안 생각해 투자방향을 정했다.
부동산 투자는 잠시 미뤘다. 당장 1억원으로 맘에 드는 아파트를 사기가 쉽지 않기 때문. 대신 아내 윤씨가 장기주택마련저축을 개설할 계획. 또 정기예금 6000만원 가운데 3000만원을 헐어 증권투자 상품에 넣을 예정이다. 1000만원은 S&P500펀드에, 2000만원은 원금보전형 상품에 넣을 생각이다.
박씨는 “금융기관에 다니면서도 실제로 투자상품이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우리 같은 소액 자산가들에게도 개별 상담을 해줄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억원으로 투자하려면… | |||||||||
컨설턴트 | 조언 | ||||||||
한상언 신한은행재테크 팀장 | <일반적인 경우> | <박진수 부부의 경우> | |||||||
-1억원 중 5000만원은 확정금리상품에, 5000만원은 실적배당 상품에 투자해야-실적배당 중 2000만원은 주가연계채권(ELS)에, 3000만원은 시스템펀드에-확정금리 중 3000만원은 단기특정금전신탁에, 2000만원은 세금우대 정기예금에-매달 생기는 유동자금은 장기주택마련저축에 | -금리가 높은 예적금에 이미 가입해 있어 현 상태 유지 권고-매달 생기는 여윳돈 중 200만원은 장기주택마련저축에, 100만원은 근로 자우대저축에 | ||||||||
이선욱 삼성증권 Fn 아너스 과장 | -근로자우대저축, 장기주택마련저축, 주택청약정기예금 유지 권고, 매달 생기는 100만원은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남는 6000만원 중 3000만원은 S&P500펀드 등 해외 주식형 상품에, 3000만원은 삼성카드의 CP나 슈로더투신의 15개 개발도상국의 국채투자 펀드에 | ||||||||
안명숙 스피드뱅크부동산연구소 소장 | -실수요자라면 지금도 집값이 급등한 강남을 제외한 거주지역의 아파트 사도 좋음, 분당, 과천, 일산 순으로 우선투자 가능-판교 등에 청약을 노리고 있다면 현재 주택구입을 발판으로 매매차익 노릴 수도 |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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