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번호이동성' 서비스…통신주 판도에 변화올까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10분


내년 1월에 시작되는 ‘번호이동성’ 서비스를 앞두고 이동통신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4·4분기(10∼12월)부터 통신사업자간의 가입자 쟁탈전이 본격화하면서 오랫동안 침체됐던 이동통신사 주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동통신 3사의 3·4분기(7∼9월) 실적에 따르면 SK텔레콤이 가장 만족할 만한 실적을 보인 반면 LG텔레콤은 기대치에 약간 못 미쳤고, KTF는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TF의 경우 매출만 소폭 상승했을 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9%,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30일 KTF 주가는 한때 2%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번호이동성 서비스의 취지는 LG텔레콤 등 후발업체에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 시장에서는 SK텔레콤 가입률이 3%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470여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LG텔레콤이 100만명의 가입자 증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번호이동성이 당초 LG텔레콤에 혜택을 주기 위해 추진된 것인 만큼 LG텔레콤의 주가 상승 여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LG텔레콤은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12월부터 요금인하를 단행하고 휴대전화 구입시 할인 혜택도 줄 예정이다.

그러나 선발사에 비해 외형이 작은 LG텔레콤은 마케팅 비용에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비용을 조금만 늘려도 수익 구조가 크게 악화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원은 “LG텔레콤의 번호이동성 수혜 여부는 사실 불투명하다”면서 “수익구조에 해를 끼칠 만큼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집행된다면 주가에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수성(守成)에 나서야 하는 SK텔레콤의 경우 4·4분기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부증권 김성훈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실적은 3·4분기를 고점으로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번호이동성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에는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KTF가 번호이동성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을 이탈한 가입자들이 LG텔레콤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화 품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KTF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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