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황재성/준비안된 발표 '주택거래신고제'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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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1시20분 정부과천청사 건설교통부 브리핑룸에서는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에 대한 설명이 진행 중이었다.

설명은 이번 대책을 실무적으로 진두지휘한 강팔문 건교부 주택정책과장이 맡았다.

그는 “보도자료에 다 나와 있으니 별도로 설명할 것이 없다. 질문이 있으면 답변하겠다”며 브리핑룸 앞쪽의 단상에 올라섰다.

그의 말대로 모두 100쪽을 넘는 보도자료에는 대책에 대해 빠짐없이 정리돼 있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관계부처 장관회담을 마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10·29 종합대책’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김 부총리의 설명에는 “주택거래신고제를 연내에 도입하겠다”는 발언이 들어 있었다. 이는 보도자료 어디에도 없는 문구였다.

주택거래신고제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 주택을 사는 사람은 거래계약을 체결한 뒤 바로 해당지역 시군구청에 신고하라는 것. 이때 계약서는 반드시 실거래가로 작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왔던 기존의 부동산 거래 관행을 완전히 바꾸는 ‘혁명적 조치’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실거래가0보다 낮게 부동산 거래 가격이 신고될 것’을 염두에 두고 산정된 각종 부동산 세율의 하향 조정이나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기존 계약서에 적힌 거래가에 대해선 불문에 부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만큼 많은 사전 준비가 요구되는 제도다.

당연히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이 소식을 들은 건교부 취재기자단의 확인 요청에 강 과장은 “처음 듣는 얘기다. 불가능한 얘기다”라고 대답했다. 전혀 논의된 바 없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김 부총리가 뭔가 착오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성급한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1시간 남짓 뒤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건교부 브리핑룸에 들어선 강 과장은 “주택거래신고제를 이르면 연내에 도입하기 위해 의원입법 형태로 주택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추가 설명을 시작했다.

주택거래신고제 연내 도입은 30일자 대부분의 조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정책이 성안되는 과정이 이런 식이어도 되는가?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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