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한석수/부동산에 '교육 처방'…문제 더 꼬여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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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수
부자마을과 가난한 마을의 주변 공원 가운데 어느 곳에 새들이 더 많이 살까? 정답은 부자마을 주변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원 나무의 종류나 수는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부자마을 주변 공원에 훨씬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부자마을 주변이 보다 환경친화적인 데다 부자들이 개를 많이 키우면서 개밥그릇에 남아 있는 음식 찌꺼기가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되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을 놓고 교육문제인가 경제문제인가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남에 살면 좋은 대학으로의 입학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고, 이에 따라 아파트값이 상승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강남의 교육여건이 실제 다른 지역보다 훨씬 유리한지 생각해보자. 강남 8학군에는 특수목적고가 하나도 없는 반면 강북에는 7개나 있다. 또 강남지역 학생들의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다른 지역 학생들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렇다면 강남지역 교육의 숲이 강북지역보다 더 울창하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강남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사설학원이라는 사이비 교육친화적 환경이 울창하기 때문이며, 이들이 호황을 누리도록 뒷받침하는 강남지역의 경제력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경제전문가들이 교육문제 처방에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제시되는 짧은 대안들이 교육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대입제도 개선이나 평준화 문제와 관련해 ‘교육의 숲’을 가꾸는 일은 좀 더디더라도 교육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이 진정으로 교육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기업의 학벌 중심 채용관행을 어떻게 개선하고, 교육격차를 초래하는 빈부격차를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지 고민할 일이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교육문제의 연관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정책을 교육용어‘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느 경제전문가는 ‘천민적 교육시스템’이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천민적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 있는 게 아닐까.

한석수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학사지원과장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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