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조업 간판스타 전자서 자동차로

  • 입력 2003년 11월 2일 17시 33분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 시장 빅3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 반해 소니는 급격한 실적 감소로 종업원 2만명을 감원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자신만만하게 회사 실적을 소개하는 조 후지오 도요타 사장과 얼굴을 감싸 쥔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오른쪽). 동아일보 자료사진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 시장 빅3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 반해 소니는 급격한 실적 감소로 종업원 2만명을 감원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자신만만하게 회사 실적을 소개하는 조 후지오 도요타 사장과 얼굴을 감싸 쥔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오른쪽). 동아일보 자료사진
“시장이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소니도 개혁하려 애썼지만 결국 시대 변화에 추월당하고 말았다.”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소니 회장은 지난달 28일 종업원 2만명 감원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니가 디지털가전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의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일본의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중간결산 결과 소니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줄어든 340억엔(약 3400억원)으로 3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최근 일본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 동종 업종의 마쓰시타 NEC 샤프 산요 등이 흑자 규모를 대폭 늘린 터라 소니의 수익 악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소니의 몰락과 절치부심=1995년 이사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발탁된 이데이 회장은 소니의 미래상을 ‘영화, 음악, 게임을 전자기술 및 가전제품과 결합시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규정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했다. 정보기술(IT) 분야에 적극 진출해 바이오컴퓨터 등 히트작을 내기도 했지만 ‘본업 중의 본업’인 가전을 홀대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술력의 우위만 믿고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소니가 실패한 요인”이라며 “예컨대 TV의 경우 독자 개발한 브라운관 기술에 집착하는 바람에 박형(薄型)TV 등 디지털가전의 신제품 경쟁에서 타 업체에 뒤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소니는 앞으로 3년간 전 세계 종업원의 13%에 해당하는 2만명을 감원하고, 부품 및 원자재 공급회사를 4700개에서 1000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연결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현재의 4%에서 1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TV용 액정패널을 합작 생산키로 한 것도 가전 분야의 실지 회복을 위한 전략.

전문가들은 “소니의 약점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서 일대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디지털가전에서 명암 엇갈려=중간결산 결과 일본 전자업계의 9개 대기업은 256억엔의 순이익을 올려 229억엔의 손실을 낸 1년 전의 악몽을 떨쳐냈다. 업계 전체로는 흑자를 냈지만 소니의 예에서 보듯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는 디지털가전에 대한 선행투자 및 제품개발 노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마쓰시타가 액정 TV와 DVD 리코더의 호조에 힘입어 231억엔의 순이익을 냈고 샤프는 카메라 겸용 휴대전화기가 잘 팔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과거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디지털 가전으로의 이행이 늦은 소니와 미쓰비시는 이익이 크게 줄었고 도시바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업체와의 컴퓨터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21억엔의 적자를 냈다.

전자업계가 승자와 패자로 확연히 갈라진 가운데 자동차는 도요타 닛산 혼다 등 메이저 3사가 사상 최대 흑자 기조를 이어가 전자를 제치고 일본 제조업의 간판 위상을 확고히 굳혔다.

도요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에 이어 ‘북미 빅3’에 올랐고 혼다자동차는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차종 개발에 주력해 당기순이익이 2391억엔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8% 증가했다. 닛산도 일본 국내의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의 판매실적이 꾸준히 늘어난 덕택에 경상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어난 3900억엔으로 역대 중간결산사상 최고이익을 기록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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