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건교부의 다양한 업무영역과 통합부처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평가기준이다. 건교부의 업무는 지하철 철도 도로 자동차 주택 도시 댐 항공 등을 망라하고 있다. ‘지하에서 하늘까지’가 모두 업무 현장인 셈이다.
그만큼 예산이나 인원 규모도 방대하다. 올 예산이 14조2476억원으로 전체 정부예산 111조5000억원의 13%에 가까워 교육인적자원부 국방부 다음으로 많다. 인원도 10월 말 현재 703명으로 행정자치부(776명)에 이어 두 번째다.
인적 구성도 행정고시 기술고시 비(非)고시 사관학교 특채자 등으로 다양하다. 3급(부이사관) 이상은 전체 53명 가운데 고시 출신이 4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사관학교 출신이 9명, 하위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비고시 출신이 4명이다.
그러나 4급(서기관)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전체 229명의 간부직 가운데 고시(행정·기술) 출신은 118명으로, 그 비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4급 이상 가운데 비고시 출신은 83명, ‘유신 사무관’으로 불리는 사관학교 출신은 29명이다.
건교부는 1994년 12월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되면서 탄생했다.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
1948년 8월 설립된 교통부와 1962년 6월에 생긴 건설부는 각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처였다. 그런 두 부처가 외부의 힘에 의해 물리적으로 합쳐진 만큼 양자의 화학적 융합이 필수과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직 내 인화를 위한 건교부의 노력은 다양하다. 건설부 출신과 교통부 출신의 순환 보직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다른 부처에 비해 다면평가가 활성화돼 있다.
또 개방형 인사제도도 상당 수준 정착된 분위기다. 현재 감사관, 토지국장, 국립지리원장, 정보화담당관, 교통정보기획과장과 항공안전본부 공항시설국장 등 6개 국과장급 간부직을 개방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정부 부처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교통정보기획과장을 민간기업 출신으로 선발해 정부 부처 중에서 첫 민간인 출신 개방직 임용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중앙 부처로서는 처음으로 환경부와 인사 교류를 한 것도 눈길을 끈다. 개발에 치우치는 건교부와 보전을 강조하는 환경부는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건설과 보전’을 융합시킨 국토정책을 추진하자는 취지였다.
건교부 업무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목적에서 비정부기구(NGO) 전담부서인 ‘참여담당관’도 신설했다.
최근 들어선 그동안 홀대받았다는 불만이 많았던 기술직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띈다. 건교부는 1급 이상 관리관에 기술고시 출신을 반드시 1명 이상 임명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또 핵심 보직으로 여겨지는 공보관에 기술직을 임명하기도 했다.
건교부에도 핵심 보직은 있다. 건설 분야의 경우 과거부터 국토정책국, 건설경제국, 주택도시국 등이 핵심으로 꼽혔다. 최재덕(崔在德) 현 차관을 비롯해 역대 건교부 차관 9명 가운데 8명이 이런 국장을 두루 거쳤다. 특히 최근 주택국과 도시국으로 분리된 주택도시국의 경우 건교부에서 1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요직이다.
교통 분야에서는 현재 항공안전본부로 승격된 항공국과 도로국이 핵심 요직으로 분류된다. 매일 평균 4, 5건씩 나오는 건교부 보도자료 가운데 이들 5개국이 만들어내는 게 90%를 차지할 정도다.
이들 요직 부서는 야근이 일상화돼 있을 정도로 업무가 폭주하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대부분 국민 생활에 밀접한 업무를 취급하는 부서이다 보니 끊임없이 쇄도하는 민원 처리에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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