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박영철/부동산시장 더이상 개입말라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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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뒤 전국의 주택시장은 관망 내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주택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 정부는 이미 공표한 대로 부동산 공개념 제도를 도입해 주택거래 허가제를 포함하는 제2단계 대책을 실행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에 맡겨 부동산 버블이 자연적으로 꺼지도록 놓아 둘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는 더 이상 부동산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토지공개념 일관성 유지 힘들어 ▼

정부는 2002년 초부터 10·29 이전까지 무려 여덟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의 강도를 높여 왔으나 가격 안정화 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리라는 기대를 형성해 투기심리가 만연돼 왔다. 세제 중심의 수요억제 정책인 10·29 대책마저 투기를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세금이야 피해 갈 수도 있고 앞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정부 정책이 다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로 바뀔 것이니 이런 전망에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만일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값이 계속 치솟아 토지 공개념을 발동시킨다면 정부는 부동산 버블을 물리적으로 터뜨려 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 문제는 물리적인 대응의 후유증이 심각하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공개념 처방은 과잉 대응이 돼 부동산시장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 그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수급 메커니즘이 마비돼 앞으로는 정부가 일일이 부동산 가격을 직접 조절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토지 공개념이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앞으로 건설투자가 부진해질 경우 공개념은 다시 철회돼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리적인 처방이 바람직하지는 못하지만 투기를 그냥 방치해 버블이 더 커지다가 붕괴하게 되면 그 피해는 물리적인 대응보다 심각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부동산시장의 수급이나 경기전망을 고려해 볼 때 정부의 불개입이 버블의 확대와 붕괴로 이어질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우선 요즘처럼 경기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주택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는 없다. 특히 다행인 것은 기업들이 부동산 투기에 가세하거나 앞으로 가세할 징후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인데 최근에는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부동산 투기에 더 이상 시중자금이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불개입 정책은 그 자체가 투기의 과열을 식힐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불개입을 선언하면 앞으로 버블이 얼마나 더 커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증폭되기 때문에 투기꾼들이 자제력을 보일 것이며 은행들도 부동산 대출심사를 강화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예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개입을 고수하다가 만에 하나 버블이 터지게 되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부실이 증가해 금융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자체적인 가격조절 기능이 살아 있는 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은행의 부실도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가격은 등락이 있기는 했어도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왔고 아직도 주택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버블의 붕괴로 부동산 거래가 끊어지더라도 주택 값이 크게 떨어지기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불개입 정책, 투기과열 식힐 수도 ▼

정부는 부동산시장에 더 이상 개입할 필요는 없으나 계속해서 주시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현재의 비중을 넘지 않도록 대출 위험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는 자금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갈 것이다.

박영철 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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