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아니오’다. 건설회사들이 제의를 해도 사양한단다. 대중 스타들이 집을 고를 때 첫번째 기준은 사생활 보호. 자연히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보다 빌라형 주택을 택하게 마련이다.
일반인들의 취향은 다르다. 주거의 질 이상으로 브랜드와 이미지를 따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림 같은 단독주택보다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고 ‘어디에 사느냐’는 물음에 ‘삼성 아파트’라 하지 않고 ‘래미안에 산다’고 대답한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건설업체의 프로모션도 바뀌고 있다. 분양 광고보다는 브랜드와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린다. 아파트 광고에서 아파트가 사라져 가고 있는 것. 9월 말 현재 신문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아파트 브랜드 광고를 하고 있는 건설업체는 30여개사. LG건설 대우건설 삼성건설 대림산업 같은 대형업체는 물론 동일 우림 월드건설 등 중견회사들도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견업체가 먼저 치고 나가는 바람에 대형업체들이 덩치와 명성에 어울리는 모델을 놓쳐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제일기획 광고14팀 이엽씨에 따르면 올 1∼9월 TV 광고에 건설업체들이 쓴 돈은 711억원. 2000년 1∼9월 164억원의 4배 남짓이다. TV 광고비에서 건설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간에 1%에서 4%로 늘었다.
대중스타와 아파트의 밀월도 깊어졌다. 분양을 알리는 단발성 전단광고가 전부였던 시절, 아파트 광고는 기피 대상이었다. 촌스러웠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제품’에서 ‘상품’으로 거듭나자 자존심과 이미지로 먹고 사는 광고모델들도 건설업체들의 구애를 굳이 뿌리치지 않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광고모델의 출연료는 1년 계약 기준으로 적게는 3억원, 많게는 6억원에 이른다.
인기 연예인이 건설업체 브랜드 광고에 본격 등장한 것은 1999년 삼성중공업이 주상복합 브랜드 ‘쉐르빌’을 내놓으면서 기용한 탤런트 이미숙씨가 처음. 아파트 브랜드 광고로는 2000년 3월 대림산업과 손잡은 ‘e-편한세상’의 채시라씨부터다. 보름 뒤 삼성건설이 일반인 모델을 기용해 ‘래미안이 옵니다’라는 티저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2002년 ‘자이(Xi)’ 브랜드를 출범시킨 LG건설은 이영애씨를 앞세워 막판 뒤집기에 나섰다.
브랜드 광고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
LG건설 홍보팀 임세정 과장은 “초기에는 ‘제품으로서의 아파트와 관련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아 걱정을 했으나 ‘LG〓자이〓이영애’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11월에 자이를 분양한다고 치자. 전에는 시시콜콜한 분양 내역이 들어간 전단을 만들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야 했다. 이젠 ‘자이가 11월에 서초동을 찾아갑니다’ 하면 그만이라는 것.
이철용기자 lc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