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품]히트 식품 비결은 ‘脫고정관념’

  • 입력 2003년 11월 3일 16시 27분


먹고 마시는 식음료업계에는 수시로 신제품들이 쏟아진다.

성공 확률은 10∼20%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통설. 신제품 10개가 나오면 한두개만 잘 팔리고, 나머지는 버티다가 끝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며 파워 브랜드가 되기까지 겪는 과정은 시장 성격, 등장 시기, 경제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띤다.

햄버거 패스트푸드업체 롯데리아는 대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맥도날드의 공세를 막아내며 여유있게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맥도날드가 진입하면 시차를 두고 1위로 올라섰지만 한국과 필리핀 등 몇몇 나라에서는 예외였다. 10대 고객과 가족 단위 고객을 주된 타깃으로 삼았으며, 불고기버거 불갈비버거 라이스버거 등 한국식 햄버거를 지속적으로 개발한 점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남양유업은 90년대 들어 분유업계 경쟁 격화와 90년대 중반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외국 분유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 등 위기 상황을 신제품 개발로 극복했다. 남양유업은 고품질 분유 개발을 위해 30여명의 연구진이 직접 아기가 있는 집들을 방문, 기저귀를 수거해온 뒤 아기 변을 임상적으로 분석하는 숨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사랑’ 분유는 현재 국내 분유 판매량의 38%를 차지하며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출발해 선두 업체를 앞지르는 역전 드라마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도 없다.

OB맥주에 밀려 수십년간 만년 2등 신세였던 하이트맥주는 1993년 지하 암반수로 만들었다는 ‘하이트’ 개발을 통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1993년 30%선이었던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1996년 43%로 늘어나며 1위 자리에 올라섰고, 현재는 5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리온의 ‘포카칩’은 농심이 1980년에 시판한 생감자 스낵 ‘클레오파트라’보다 8년이나 늦게 출발했다. 감자 칩하면 클레오파트라를 떠올릴 정도로 소비자 인식이 굳어져 있어 영업환경이 좋지 않았다.

오리온은 1993년 원료가 되는 감자의 품질로 승부수를 띄운 결과 이듬해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신품종 감자 개발, 감자 계약 재배, 최신식 감자저장고 신축 등이 고품질 감자스낵 생산을 뒷받침했다.

롯데칠성의 캔커피 ‘레쓰비’는 1991년초 첫 선을 보였다. 이미 1985년에 등장한 동서식품의 맥스웰이 캔커피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으나 100% 콜롬비아 원두커피를 사용하는 맛의 차별화와 CF 성공 등에 힘입어 7년 만인 1998년에 1위로 올라섰다.

빙그레의 떠먹는 요구르트 ‘요플레’는 시판 초기에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인 경우. 80년대 당시 마시는 요구르트에만 익숙했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제품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상한 제품을 팔 수 있느냐’며 대규모 반품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고, 영업직원들조차 “이런 것을 어떻게 파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던 것. 그러나 신흥 부자 지역으로 각광받던 서울 압구정동을 무대로 1대1 마케팅을 전개하고, 88올림픽을 전후해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방한하면서 요플레 판매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국순당의 백세주는 전통주의 대중화 시대를 연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국순당은 92년 전통주법을 그대로 살린 건강술 백세주를 개발, 서울부터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약주는 마시고 나면 머리 아픈 술’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순당은 이후 유원지 등 외곽 지역부터 공략하는 게릴라 마케팅과 90년대 중반 ‘보신탕 떳떳하게 먹자’는 광고문구 등으로 소비자 인식을 바꾸며 대표 전통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웅진식품의 쌀음료 ‘아침햇살’은 1999년 1월 시판 당시 쌀음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쌀뜨물 아니냐”“맨날 먹는 게 밥인데 그걸 또 음료로 마셔야 하나” 등의 냉소적인 반응에 시달렸다. 그러나 꾸준한 알리기 노력이 효과를 거두면서 1년 만에 유사 제품이 30여 가지나 나오는 등 기존에는 없었던 쌀음료 시장이 연간 16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두산의 종가집김치는 공장에서 만드는 상품김치는 비위생적이고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극복하면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공장 견학 등으로 제조 공정을 확인시켜주는 체험 마케팅을 펼치며 불신감을 신뢰감으로 조금씩 바꿔놓았다.

한국야쿠르트가 개발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최초의 위건강 발효유다. 장건강 발효유 시장이 90년대 후반 포화상태에 이르자 한국야쿠르트는 위염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윌을 내놓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모방 제품들이 쏟아졌지만 윌은 위건강 발효유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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