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나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를 꼽으면 틀린 답이다. 각각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리는 ‘헤라’와 ‘설화수’ 2개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는 태평양이 줄곧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 특히 태평양의 한방화장품인 ‘설화수’는 지난해 매출 2400억원을 올리며 ‘한방화장품 성공신화’를 일구고 있다.
1996년 화장품 시장 개방 이후 수세에 몰리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천연 약재를 이용한 한방화장품을 앞세워 수입 화장품과 일전을 벌일 태세다.
▽왜 한방화장품인가=국내 최초의 한방화장품은 태평양이 1973년 내놓은 ‘진생삼미’. 인삼 유효성분 추출 기술을 개발해 약용으로만 쓰이던 인삼을 화장품으로 가공한 것이 국내 한방화장품의 효시(嚆矢).
한방화장품은 천연 약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학 성분의 화장품에 비해 인체와 피부에 미치는 해가 적다. 피부 타입이나 연령대와 상관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도 장점.
코리아나 이영순 차장은 “한방화장품은 수입 화장품 브랜드와 차별화된 고급 브랜드이며 자연주의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요즘 추세와도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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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시장=1980년 정산생명공학이 한방화장품 브랜드 ‘백옥생’을 내놓으면서 한방화장품 시장이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1997년 태평양 ‘설화수’가 등장하면서 한방화장품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한방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3500억원에서 올해 4500억원으로 28%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전체 화장품 시장의 7.3%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2005년에는 한방화장품 시장이 7000억∼8000억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방화장품 시장을 잡아라=지난해부터 다양한 한방화장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은 올해 고대 궁중 비방을 활용한 한방화장품 ‘더 히스토리 오브 후’와 중국의 미인 ‘서시’의 미용 비방을 활용한 ‘수려한’ 등 한방화장품 2종을 내놓고 한방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 사상의학에 따라 체질별 피부 특성을 고려해 만든 한방화장품 ‘한방미인’을 내놓은 코리아나도 8월부터 고대 한방 의학서를 기초로 만든 신제품 한방화장품 ‘자인’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지난해 초 산삼 조직배양 추출물이 들어간 한방화장품 브랜드 ‘산심’을 내놨다. 비슷한 시기에 로제화장품도 한방 원료에 나노기술을 적용한 ‘십장생’을 선보였다.
한불화장품은 국내산 6년근 홍삼 농축액을 원료로 만든 ‘여홍’(10월)과 중국 황실의 미용 비방을 이용한 ‘비원’(8월) 등을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동제약도 산삼 자하거 등이 들어간 ‘아미단’을 내놓고 한방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인삼, 복령, 맥문동, 산수유, 지황, 산약, 감초, 작약, 백합, 당귀, 녹용, 오가피….’
보약의 원료가 아니다. 요즘 한방화장품에 들어가는 천연 약재들이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의 한의서나 중국 등의 궁중 미용 처방을 화장품에 접목시킨 것.
태평양 ‘설화수’는 6년근 인삼이 들어가는게 특징. 이 밖에도 동의보감의 한방 처방에 따라 5가지 한약재를 18시간 이상 달여서 만든다.
코리아나 ‘자인’은 인삼 외에 제주도 등에서 자라는 야자과 식물인 ‘빈랑자’에서 추출한 주름개선 효능 물질을 쓰고 있다.
한국화장품의 ‘산심’은 산삼 추출성분, 한불화장품의 ‘여홍’은 6년근 홍삼 농축액을 쓰고 있다.
이 밖에 LG생활건강의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녹용, 나드리화장품의 ‘상황’에는 상황버섯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연구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태평양은 경희대 한의대, 한국화장품은 충북대 첨단원예기술개발센터와 손을 잡고 한방화장품을 개발했다. 한불화장품은 중국 베이징대 한의대와 공동으로 중국 황실의 미용 비방을 화장품에 응용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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