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랑콤 제품에 한국 여성의 이름이 붙게 됐을까. 그 이유는 이렇다.
랑콤은 지난해 각국 현지 법인으로부터 그 나라를 대표할 만한 여성 이름을 공모했다. 한국 지사에서 제안한 이름은 소영을 포함해 고은, 영희, 사랑 등 4가지. 랑콤 본사는 한국어 소영을 영어로 발음하면 ‘매우 젊다(so young)’는 뜻이어서 어감이 좋아 립글로스 이름으로 채택했다.
이는 랑콤 본사에 있어 한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뜻. 게다가 다국적 화장품 업체인 랑콤이 한국 현지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현지화 전략에 치중하는 다국적 화장품 회사는 랑콤뿐만이 아니다.
로레알은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다. 1998년에 설립된 이 센터는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4번째다. 한국인의 피부와 화장 습관, 기후, 문화 등을 분석해 한국인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로레알 계열의 화장품인 메이블린은 한국 여성들을 타깃으로 ‘워터샤이니 다이아몬드 립스틱’을 내놨다.
약국 전문 브랜드 비쉬의 ‘떼르말 S 에센스’도 한국 여성용으로 만들어진 에센스다. 원래 비쉬 제품에는 에센스가 없지만 한국인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 한국에서 반응이 좋아 현재 아시아와 유럽에 내놓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회사인 클라란스가 내놓은 에센스인 ‘컨투어링 훼이셜 리프트’는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여성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소위 ‘얼굴을 작게 만드는 화장품’으로 불리는 이 에센스는 전 세계적으로 30초에 1개씩 팔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10월 립스틱 ‘루쥬 드 서울’을 내놨다. 이 제품은 샤넬의 메이크업 전문가인 도미니크 몽쿠투아가 시청 앞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응원을 펼치는 붉은 물결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그는 붉은 물결을 본 다음날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한국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강렬한 빨강색의 루쥬 드 서울을 만들게 된 것. 이 립스틱은 지난해 10월 한정 상품으로 만들어져 현재는 매장에서 구할 수 없다.
랑콤코리아 배지인 부장은 “한국 여성만을 위한 화장품이 나온다는 사실은 본사에서 그만큼 한국 시장을 위해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며 “2003년 현재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큰 화장품 시장이어서 다국적 화장품 회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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