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시장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좋은 점(주가 추가 상승)과 나쁜 점(주가 하락) 모두가 외국인의 손끝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한다.
▽유사점과 차이점=9·11테러 이후 상승장과 최근 상승장은 국내 증시의 자생력보다 외국인의 대량 매수가 초기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2001년 10월부터 2002년 1월까지 외국인들은 월평균 1조3000억원어치씩을 사들이며 최대 매수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올 5월 이후 월평균 2조원어치를 사며 상승세를 이끈 것도 외국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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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두 장세의 다른 점은?
우선 9·11 장세보다 현 장세의 상승 강도가 훨씬 작다. 9·11 장세에서는 7개월 동안 98.5%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반면 최근 주식시장은 7개월 동안 52.5%의 상승률에 그쳤다.
또 9·11 장세 때는 상승 후반기로 갈수록 국내 투자자들이 주요 매수 세력으로 등장했던 반면 지금은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매도 공세를 펼치며 지수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들만 5월 이후 12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해외 증시의 동향에서도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9·11 장세 후반으로 갈수록 미국 나스닥지수, 일본 닛케이지수 등 해외 증시가 부진했던 반면 최근 장세에서는 세계 증시와 국내 증시가 꾸준히 동반 상승하고 있다.
▽추가 상승 여력 높다=증권전문가들은 올해 상승장의 주가상승 폭이 9·11 장세 때의 절반 수준인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경기 회복과 달러화 약세는 9·11 장세 때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호재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5월 이후 매달 180억달러 정도였던 미국 주식펀드의 신규자금 유입이 지난달 200억달러를 넘어섰다”며 “외국인 매수 강도가 향후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신경제연구소 성진경 연구원은 “최근 비교대상이 되는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정체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다 미국 채권 펀드로 신규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은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둔화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향후 외국인 주도 장세의 약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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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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