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연봉 1억]<2>첫 단추를 잘 끼워야

  • 입력 2003년 11월 3일 17시 55분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김모씨와 서모씨는 S대 무역학과 84학번 동기생이다.

김씨는 졸업 후 대기업인 L전자에 입사해 미주 지역 수출업무를 전담했다. 반면 서씨는 중견 가구업체에 입사해 미주 아시아 유럽 등 해외영업파트의 수출입 업무를 총괄했다.

김씨는 대기업 입사의 장점이 있었지만 서씨는 이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급이 더 빠르고 월급도 더 많아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L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확대하면서 김씨는 미주지역 영업을 전담했다. 그 후 한국의 휴대전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관련 외국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김씨는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10년간의 수출상담으로 다져진 영어실력과 미국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미주 수출담당으로 스카우트됐다. 현재 그의 연봉은 1억원을 넘는다.

반면 서씨는 몸담고 있던 가구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과거 무역경험을 무기로 새 직장을 구하던 서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전 세계의 수출입 업무를 총괄했다는 것이 장점이 아니라 오히려 ‘전문성이 없다’는 단점으로 작용한 것을 알았다. 지금은 가구업과는 상관없는 무역상사에 취직했으며 연봉은 3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왜 외국계나 대기업 출신을 선호하나=IBK컨설팅이 조사한 억대연봉자 100명 가운데 58명이 직장생활을 외국계 기업에서 시작했다. 첫 직장이 대기업인 사람은 34명. 첫 직장이 외국계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닌 사람은 8명에 불과했다.

서씨는 ‘소 꼬리가 되느니 닭 머리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가구업체에 좋은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IBK컨설팅 이종일 컨설턴트는 기업들이 대기업 또는 외국계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로 △대기업 시스템의 도입 △업무처리 규모가 크다 △과거 프로젝트 성공경험이 많다 △대기업의 정보력과 네트워크 활용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삼성계열사 본부장급이 맡고 있는 분야의 매출액 규모는 5000억∼1조원이나 된다. 이런 사람을 영입하면 회사의 영업력을 크게 늘릴 수 있어 억대연봉을 주고 모셔간다는 것.

▽외국계나 대기업이 어렵다면=대기업에 들어갔다고 무조건 억대연봉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채용시장에서는 철저하게 업무경험과 성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규모가 작아도 업계선두가 될 수 있고 희소성이 있는 경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택배 분야는 중소기업이 먼저 시작하고 대기업이 나중에 진출해 중소기업 인력이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된 사례다.

또한 되도록이면 교육 및 업무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춘 곳을 찾아야 한다. 구직자들은 첫 직장을 고를 때 연봉을 먼저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배울 수 있는 업무’ ‘경력관리’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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