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발적 협조 기업은 선처” 자백 유도

  • 입력 2003년 11월 4일 18시 35분


검찰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 정치권에 제공된 불법 대선자금 전체를 대상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앞으로의 수사 방식과 절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도 돈을 준 사람부터 조사하는 일반적인 뇌물사건 수사의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해 정당을 먼저 수사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으나 검찰은 불법적인 대선자금 전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수사 방법에서도 정공법(正攻法) 선택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SK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SK 이외의 다른 기업들이 여야 정치권에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이미 확보한 바 있어 향후 대선자금 수사에서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안대희(安大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3일 “SK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SK 이외의 기업이 정당에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고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검찰이 이미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전체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기업에 대한 수사 계획이 결정되는 대로 SK 이외 삼성 LG 현대차 롯데 두산 풍산 등 기업 실무자에 대한 소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업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기업 수사 과정에서 SK 수사에서 확보한 단서와 정황을 최대한 활용해 수사의 속도와 밀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SK비자금 100억원을 전달받은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이 지난해 대선 기간에 SK 이외의 다른 대기업의 고위 책임자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 등도 유력한 수사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이런 구도 아래서 검찰은 기업 실무자를 우선 소환해 이미 확보된 단서를 근거로 여야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여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할 방침이다. 다만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한도 안에서 선처할 방침임을 주지시키며 자백을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상당한 단서와 의심이 있는데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및 계좌 추적 등 강제수사를 통해 비자금을 파헤칠 것이란 얘기가 검찰 수사팀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검찰이 SK비자금 100억원 수수에 연루된 한나라당 재정국 공호식씨 등 여야 정당 관계자들에 대해 5일 검찰에 출석하도록 통보한 것은 기업 수사를 앞두고 추가 단서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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