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경쟁 급진전 배경=각 당이 정치개혁안을 백화제방(百花齊放)식으로 쏟아내는 것은 정치권의 검은돈 거래 구조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지구당 폐지, 기업체 자금수수 완전 금지 등 5대 개혁안 제시(3일)에 이어 4일 서울시지부 후원회를 전격 취소한 것도 정치개혁의 주도권을 잡아 대선자금을 둘러싼 수세 국면에서 빠져 나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이날 열린우리당은 최 대표의 제안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 뒤 내친 김에 한나라당이 반대해온 ‘정치자금 실명제’ 수용까지 촉구했다. 후원금 기부자의 실명을 공개해 검은 자금의 유입 자체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당은 △대선자금 전모 공개 △창당자금 내용 공개 △공인회계사를 통한 정당자금 실사 등 추가 개혁방안을 제안하고 먼저 실천함으로써 입법화를 압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무위원회의에서 당 개혁안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오후 8시 긴급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정치개혁의 ‘포지티브’ 경쟁에서 뒤질 경우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힘입어 정치개혁에 더욱 힘을 쏟을 방침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털면 다 걸릴 수밖에 없다. 다칠 사람은 다치고 그러면서 깨끗한 정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정치개혁의 동인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반신반의=정작 쏟아지는 백화점식 개혁안들이 실제 입법화되고 실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당장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최 대표가 내건 정치개혁 방안에 대한 회의론이 많다. 지구당 폐지 문제가 특히 논란이다. 내년 총선을 불과 5개월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선거운동의 기간조직인 지구당을 전면 폐지할 경우 전투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전국구 후보 전원 교체 방침에 대해서도 “두고 봐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내년 2월경 지역구 공천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첫 방안이 전국구 흡수 방안인 데다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야당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당 이해찬(李海瓚) 창당기획단장도 “최 대표의 발표가 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지구당을 없애겠다는 것은 정치권이 합의를 해야 하는 문제다. 솔직히 우리도 당장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일단 지구당위원장 창당준비위원장을 과거의 조직책과 분리, 총선 출마를 아예 금지시킴으로써 지구당 운영을 민주화하는 과도기를 거쳐 17대 총선 이후 폐지를 검토한다는 방안이다.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기조위원장도 “기업후원금을 폐지하고 중앙선관위를 통해 정치자금을 배분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원내 다수정당이기 때문에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기업후원금 폐지는 일부 반대도 있겠지만 이참에 아예 안받는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개혁 가속화론’을 펴기도 했다.
합동연설회 폐지와 경조사비 금지 등 일부 사안은 선거공영제와 함께 여야 각 당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쉽게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각당 정치관계법 입장 비교 | |||||
구분 | 현행 | 한나라당(최병렬 대표) | 민주당 | 열린우리당 | 선관위 |
선거구제 | 소선거구제 | 소선거구제(일부 중진의원 중대선거구제 주장) | 중대선거구제 | 중대선거구제 | 언급 없음 |
의원 정수 | 273명 | 273명(홍사덕 총무는 확대 반대 안 한다는 입장) | 299명 | 299명 | 언급 없음 |
지구당체제 |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에 지구당 설치 | 지구당을 연락사무소로축소 | 17대총선 때까지는 유지 | 지구당위원장제 대신 운영위원장제로 | 지구당 폐지 및 구시군 당 체제 도입 |
후원회제도 | 당 차원 및 개인후원회 허용 | 개인후원회만 허용 | 유지하되 개선 | 유지하되 모금 주체 다양화 등 현실화 | 모든 예비후보자에게후원회 허용 |
합동연설회 |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2회 |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폐지 |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 폐지 |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 폐지 | 국회의원 지역구마다2회 |
지구당 후원회기부한도액 | 개인 2000만원법인 5000만원 | 300만원 이하 소액으로제한 | 하향 조정 | 총액 상한 폐지. 100만원 이상 기부자는 실명 공개토록 | 기부한도액 현행 유지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