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구색 맞추기’용으로 내놓은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중 ELS와 관련된 부분이다. 실제로 요즘 은행 증권사에서 새로 발매하는 상품의 대부분은 ELS다.
그런데 정작 반색해야 할 증권가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ELS는 주식투자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런 상품을 더 팔겠다니….” 정부 당국자들이 주식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우선 ELS의 상품 구조부터 알아보자. 대부분의 ELS는 투자 금액의 95% 안팎을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5%가량을 주가지수 선물(先物)과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원금 보장과 추가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상품이다. 고객 입장에선 금쪽같은 상품이다.
문제는 ELS가 위험 회피 성향이 매우 높아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흡수하면서 주식투자 자금을 밀어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부터 은행 증권 투신사에서 판매된 ELS 관련 상품 잔액은 최근 12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은행의 금전신탁 잔액은 올해 들어 13조원가량 감소했다. 은행권에선 ‘ELS가 신탁계정을 고사(枯死)시키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순수 주식형펀드 잔액도 10월 한 달 동안 5000억원가량 줄어들면서 8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의 미수금 등을 감안한 실질 고객예탁금의 감소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A증권사 투자분석부장은 올해 증시에서 이탈한 약 10조원의 개인자금 중 상당액이 ELS상품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종합주가지수가 3월 저점 대비 50% 이상 상승했는데도 개인자금이 증시로 유입되지 않는 데는 ELS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ELS 상품의 만기가 대부분 1년이고 목표지수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만기까지는 환매가 어렵다. 당장 꺼내 주식자금으로 돌리기 힘들다는 얘기다. 결국 ELS 투자자금은 위험 부담을 극도로 꺼리는 안정성향의 자금임을 알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가 증시 활성화 방안으로 ‘ELS 담보대출’ 등을 내놓았으니 차갑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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