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내년엔 주식 더 산다"…4일 3418억 순매수

  • 입력 2003년 11월 4일 18시 47분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 열기가 뜨겁다. 많은 외국계 증권사들은 “세계 경기회복을 확신한 국제 투자자금이 주식 쪽으로 이동하면서 한국도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4일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한때 10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8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졌다.

내수 경기가 당장 살아나지 않고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추가로 매도하더라도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사자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중 한때 800선 돌파=외국인들은 이날 341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등 기존 정보통신주 외에 LG카드 SK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종목으로 매수세를 확산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날 지수 상승은 세계 경기회복과 미국 증시의 상승세, 국내 수출 호조 등 국내외 호재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나타났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제조업지수는 200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57.0(시장 예상치 55.9)으로 제조업경기의 확장 국면이 4·4분기(10∼12월) 들어 더욱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미국 나스닥지수는 21개월 만에, 다우존스지수는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10월 한국의 수출액이 190억3500만달러로 월간기준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침체된 내수경기’를 보완하는 호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미국 경기가 좋고 수출이 계속 늘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년 상반기부터 수출이 내수에 영향에 주면서 경기회복 기대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주식 더 산다’=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한국 시장에서만 10조8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윤석 CSFB증권 서울지점 전무는 “하지만 대만 시장과 비교해서 훨씬 적은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다”며 내수 침체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가계대출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더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더 낙관적이다. 이 전무는 최근 메릴린치 한국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수경기의 저점을 통과한 데다 700선에서 한국 투자자가 던진 매물이 거의 소화됐기 때문에 800선부터는 지수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홍콩시장을 둘러본 이근모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한국투자 펀드들이 최근 해외에 많이 생겨났다. 이전에는 어느 정도 한국 주식을 사면 ‘비중 초과’라고 판단하고 매수를 줄여왔는데 이번에는 많이 샀는데도 아직 ‘더 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정자 HSBC증권 서울지점장은 “외국인 매수세에 지탱하는 시장은 한계가 있다”며 “내년 내수경기가 회복하지 않으면 외국인 매도로 주가가 크게 빠질 수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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