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현상은 10.29 대책의 후속조치가 잇따라 가시화하면서 강도를 체감한 투자자들이 팔자세로 돌아선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가격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도세와 보유세의 이중 강화로 궁지에 몰린 1가구 다주택 보유자들이 급매물가격을 계속 낮추며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매수세는 완전 실종돼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부동산시장 종합대책과 30일 보유세 강화방안이 발표된 이후 반포주공, 개포주공, 잠실주공, 고덕시영 등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아파트의 가격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강남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던 반포주공 아파트. 한때 시세가 최고 7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던 3단지 16평형은 6억원 안팎까지 하락한데 이어 이번 주 들어서는 5억7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최고가에 대비해서는 2억원 이상이 하락한 셈으로 시세가 7억원 이상으로 올라갔던 2단지 18평형도 지금은 5억5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손절매 물건'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인근 LG부동산 관계자는 "7억원대에 3단지 16평형을 사들였던 투자자가 손해를 보더라도 6억원대 초반에 팔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으나 시세는 그 이하여서 팔기 힘든 형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포주공의 경우 지난달부터 나온 매물이 서서히 쌓여 지금은 매물이 140여개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초 7억원을 넘어섰던 4단지 15평형은 5억8000만원으로 가격이 1억원 이상 하락했으며 5억7000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던 개포주공 4단지 13평형도 4억6000만원으로까지 떨어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양도세 강화에 이어 보유세 중과세 대책이 나오면서 1가구 다주택자들이 큰 타격을 받은 것 같다"며 "매수세는 없어 매물이 더 나오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잠실주공도 약세를 면치 못해 5억3000만원까지 올라갔던 1단지 13평형이 4억3000만원대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동 고덕시영의 경우 지난달말 급매물의 가격이 더욱 떨어져 17평형은 3억2000만원에서 3억원, 19평형은 4억원에서 3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씩 더 빠졌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강남 재건축아파트 중에서도 수익성이 나빠지거나 사업추진이 늦은 단지들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당분간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들어 매물이 더욱 늘어나면서 가격이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재건축아파트 상승률 세계 최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은 22.5%로 마드리드(25.4%)에 이어 세계 주요도시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43.2%로 서울 전체 집값 상승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승률로만 따지면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셈. 서울 재건축아파트는 2000년~2002년에도 25.2%가 올라 같은 기간 일반 아파트(11.0%)보다 4배 이상 가파르게 가격이 뛰었다.
디지털뉴스팀·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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