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밑져도 팔자"…재건축단지 계약포기 속출

  • 입력 2003년 11월 5일 18시 05분


급매물 쏟아져정부의 ‘10·29 부동산 종합대책’ 등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에 매입가보다 가격을 낮춘 ‘손절매’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5일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인기 아파트의 매물이 대거 게시됐으나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뉴시스
급매물 쏟아져
정부의 ‘10·29 부동산 종합대책’ 등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에 매입가보다 가격을 낮춘 ‘손절매’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5일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인기 아파트의 매물이 대거 게시됐으나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뉴시스
A씨는 10월 중순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18평형을 5억원에 사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5000만원을 건넸다. 그 뒤 가격이 급락하자 계약을 포기했다. 소유주는 이 물건을 최근 4억3000만원에 다시 내놓았다.

B씨는 송파구 잠실주공1단지 13평형을 4억5000만원에 내놓았다. 8월 말 담보인정비율(LTV) 60%로 은행에서 1억8000만원을 빌려 전세를 끼고 5억2000만원에 샀으니 7000만원의 손해를 감수한 것. LTV가 40%로 떨어지면 7000만원을 은행에 넣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

10·29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계약 포기 및 손절매(손해를 덜 보기 위해 산 값보다 싸게 파는 것)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부동산 관련 민관 연구소들은 일제히 내년 집값 하향안정세를 점쳤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29대책 발표 직전 시세보다 1억원 이상 △9·5대책 발표 직전에 비해서는 2억원 이상 호가가 떨어진 급매물이 단지별로 많게는 5, 6개씩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9·5대책 직전에 산 물건은 대부분 손절매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주공3단지 16평형의 경우 9·5대책 직전 7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10·29대책 직전 최저호가가 6억5000만원으로 밀린 뒤 최근 다시 5억7000만원으로 내렸다. 인근 삼일공인 관계자는 “7억원 가까이 주고 산 물건을 6억원 밑으로 내놓은 사람이 여럿 된다”고 전했다.

10월 중순 5억3000만원 하던 잠실주공1단지 13평형은 최근 4억3000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인근 LG공인 길민희 대표는 “4억8000만원에 산 1단지 13평형을 4억6500만원에 내놓은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개포주공1단지의 5일 현재 매물은 10·29대책 발표 직전의 갑절인 150여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10·29대책 발표 이후 매물이 40%가량 늘어난 100개 남짓이나 지금까지 거래가 성사된 것은 5건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5일 내년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2%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총선 관련 선거공약이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기 힘들지만 하반기부터 정부 정책 시행에 따른 체감효과, 투자수요 급감 등으로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도시연구원과 건설산업전략연구소도 내년 집값이 각각 1∼2%, 3∼4% 하락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관련 연구소 2004년 부동산시장 전망
연구소주택가격전세가격토지시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1.2% 하락
(서울은 2.0%하락)
3.0% 상승
(서울은 4.0%상승)
2∼3% 상승
주택도시연구원1∼2% 하락2∼3% 하락1.5% 상승
건설산업전략연구소3∼4% 하락1∼2% 하락-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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