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관련한 ‘스타주’ 3인방=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현정은 신임회장 취임 이후 12일 동안 199% 올랐다. 연일 상한가를 치며 옆으로 뒤집힌 ‘L’자형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5일 종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8만9300원.
KCC 정상영 명예회장측과의 지분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소문과 함께 일반투자자까지 ‘사자’ 열기에 가세하고 있다.
SK㈜의 최근 급등세도 두드러졌다. SK는 소버린자산운용 등 외국인과의 지분경쟁 기대감으로 10월 초부터 4일까지 69% 상승했다. 이날은 과열에 따른 경계감이 확산되면서 전날보다 3.65% 하락한 2만7700원에 머문 상태.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수출 증가와 실적 호전 외에 정몽구 회장의 잇단 지분 매입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정 회장이 연일 주식을 사들이며 8월 말 3%였던 지분을 5.2%까지 끌어올린 것. 현대차 지분 10.5%를 갖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지분 경쟁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비중 증가에 긴장하는 경영진=이들 주식 매입은 외국인들이 지분을 확대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 직후 GMO이머징마켓펀드를 포함한 외국인이 지분을 11% 이상까지 끌어올린 것이 1차 M&A 논란의 출발점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실제 기업을 M&A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고배당을 요구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있지만 경영권을 노린 투자자는 거의 없다는 것.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적대적 M&A를 통한 기업 인수비용이나 과정이 만만치 않다”며 “외국인은 투자한 회사의 가치를 높여 시세차익을 올리고 경영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내다파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외국인의 매수세가 경영진의 지분 관리에 자극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업들은 외국인 지분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경영 간섭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과거처럼 낮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대주주의 주식 매입 및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 등이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종전(終戰) 후 주가 곤두박질 주의보=치솟던 주가는 지분 매입 경쟁이 끝나면서 급락하는 패턴을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큐릭스와 M&A 전쟁을 치른 케이블방송업체 한빛아이앤비. 8월 27일 9910원이던 주가는 10월 15일 3만550원까지 208%나 급등했다. 양측이 이 기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쏟아 부은 돈은 500억원대. 그러나 상황이 마무리되자 주가는 보름 동안 1만5300원까지 미끄러져 반토막이 났다.
2001년 초 대성산업도 같은 이유로 주가가 두 달 동안 161% 뛰어오른 뒤 1주일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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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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