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 찍었나…박승총재 "수출 주도 침체 탈출"

  • 입력 2003년 11월 6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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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과연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을까.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와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6일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잇따라 밝히고 나서면서 경기회복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월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생산 출하 건설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등 ‘불황의 끝’을 예고하는 듯한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업투자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얼어붙은 민간소비 역시 풀릴 기미가 안 보여 아직 본격적 경기회복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잇따른 ‘경기 회복’ 발언=박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수출 주도로 경기침체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최근 말해온 2%대보다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3·4분기(7∼9월) 성장률이 1.9%였던 2·4분기(4∼6월)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봤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높을 것”이라며 “4·4분기(10∼12월) 성장률도 전망치(3.8%)보다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하면서도 “이것이 본격적 경기회복의 시작을 의미하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태도도 보였다.

김 부총리도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 조찬강연에서 “경기하강 국면은 3·4분기를 바닥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6월부터 경기선행지수가 플러스로 돌아섰고 8월부터는 동행지수도 플러스로 전환된 것을 감안하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날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5.8%, 세계경제성장률은 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국내 주요 국책 및 민간 연구소가 내놓은 전망 가운데 가장 높다.

최근 한국경제 회복론에는 세계적 경기 회복에 힘입어 9월 이후 2개월 연속 20% 이상 증가율을 보인 수출이 한국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넘어선 것 등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현실인식이 최근 전반적으로 ‘갈등’보다는 ‘통합’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경제적 측면에서 호재로 꼽힌다.

국내 주요 연구소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단위:%)
연구소올해내년
금융연구원2.95.8
KDI2.64.8
삼성경제연구소2.74.3
LG경제연구원3.05.1
한국경제연구원2.74.4

▽“본격 경기회복 낙관은 일러”=그러나 최근 경제를 둘러싼 분위기가 다소 호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9월의 전년 동월대비 설비투자가 2.3%로 8월(―7.8%)에 비해 감소폭이 줄고 8월에 ―3.7%였던 기계류 내수 출하가 3.3% 증가로 돌아섰지만 아직 기업의 투자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9월 소비재 판매도 ―3.8%로 전월에 비해 감소폭은 줄었지만 소비심리 회복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비싼 인건비와 노사갈등, 정치적 불안정 등을 피해 새로운 설비 투자를 중국 등 해외에 집중하는 등 조기 투자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5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과도한 가계대출 문제도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불안요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洪淳英) 전무는 “전반적 경기상황은 수출주도로 개선되고 있지만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표상으로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체감경기가 살아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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