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 번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던 아이앤아이스틸도 10일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10월 초 신용등급이 올라 자금조달이 유리해진 탓도 있지만 금리 인상에 대비해 단기차입금과 운영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10월 말 7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한 현대모비스는 “이번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LG전자 롯데쇼핑 등 굵직한 국내 기업들이 줄이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동안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줄이기에 힘써온 기업들이 오히려 빚을 내며 현금을 확보하는 것.
증권업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에 발행된 회사채는 2조4454억원으로 9월에 비해 114% 늘었고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발행액이 상환액을 앞섰다.
한은 금융시장국 안희욱 차장은 “9월까지는 SK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웠던 데다 10월 들어 금리가 상승세를 타자 기업들이 장기 자금과 설비 투자를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이제 국내 경기도 바닥을 찍고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10월 말 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KEC의 자금담당 곽윤영 부장은 “발행 시기를 잡는 데 있어서는 미국 경기와 금리 동향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신동준 선임연구원도 “최근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경기 회복에 대비해 돈값이 오르기 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투자부적격 회사채가 전체 발행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월 20%(2702억원)에서 10월엔 4%(979억원)로 크게 낮아졌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과 보험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우량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어 투자적격 회사채 물량은 잘 소화되고 있다”며 “투자부적격 회사채는 매수세가 없어 비우량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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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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