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응시생들 눈빛부터 달라져

  • 입력 2003년 11월 7일 13시 51분


심각한 취업난과 인력 구조조정의 일상화로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큰 부담 없이 '자격증 하나 따둔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치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독한 맘을 먹고 2년 이상의 장기 전략을 세우고 덤비는 추세.

이 같은 현상은 6일 발표된 제14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번 시험의 최종 합격자는 2만8045명으로 1985년 제1회 시험 때의 6만277명 이후 가장 많은 수. 통상 1회 시험은 쉽게 출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셈이다.

합격률(19%)도 85년 1회(38.2%), 88년 4회(21.2%) 이후 최고. 공인중개사 시험은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이처럼 합격률이 높아진 것은 지난해 1차 시험을 통과, 올해 1차를 면제받고 2차 시험만 준비한 1만3037명 중 1만875명(83.4%)이 대거 합격했기 때문.

공인중개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박범수(朴範洙) 검정국장은 "중개사 시험을 만만하게 보지 않고 고시처럼 2년 계획을 세우고 차분히 준비하는 응시생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1만2209명에 그쳤던 대졸 합격자가 올해 1만8245명으로 6000여명 이상 늘어났다. 전체 합격자 가운데 대학 졸업자 비율은 63.7%에서 65.1%로 높아진 반면 중졸, 고졸자 비율은 소폭 하락했다.

직업별로는 회사원(2639명→4300명) 학생(646명→1083명) 은행원(394명→757명) 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 합격자도 지난해 503에서 올해 831명으로 크게 늘었다.

공단 박 국장은 이에 대해 "번듯한 직장을 갖고 있지만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샐러리맨 합격자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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