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공장 “중국으로 갑니다”…광둥省 나흘새 8억달러 유치

  • 입력 2003년 11월 7일 18시 27분


경기도가 요즘 공장을 빼가려는 중국의 귀빈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월 광둥(廣東)성 및 산둥(山東)성의 정부 대표단과 기업인들이 방한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안후이(安徽)성 부성장 일행이 다녀갔고 10일에는 랴오닝(遼寧)성 보시라이(薄熙來) 성장과 대표단이 경기도를 찾는다.

이재율(李在律) 경기도 투자진흥관은 “광둥성과 산둥성의 대표단이 경기도에 다녀간 뒤 랴오닝 성장도 갑작스럽게 경기도를 방문하겠다고 알려왔다”며 “경기도 기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중국 공무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광둥성의 투자유치단이 10월 말 겨우 3박4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유치한 계약금액은 8억달러(직접투자 기준). 경기도가 올 들어 10월 말까지 유치한 4억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중국이 경기도 소재 기업을 특별히 공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경기도 소재 기업이 중국의 유혹에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권 역차별 때문에 떠나겠다”=무인감시카메라 등 영상차량감지기를 생산하는 오리엔탈전자시스템(남양주시)은 올 6월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최근 수요가 늘면서 주문은 밀려들지만 생산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임철규 사장(49)은 “공장 증축 허가를 요청했더니 남양주시는 배정된 물량이 부족하다며 내년 1월까지 기다리라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수도권정비법의 규제를 받는 남양주시는 매년 공장을 건축할 수 있는 면적을 배정받기 때문에 자유롭게 공장을 증축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임 사장은 “신규 수주의 중단으로 매출은 목표인 180억원보다 40억원가량 줄어들 것 같다”며 “경쟁사로 주문이 넘어간 뒤 공장을 넓히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 진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기업들의 중국행은 국내 제조업계에 만연한 현상.

하지만 경기도 기업들의 중국행은 남다른 이유가 있다. 싼 임금과 풍부한 수요에 끌리기도 했지만 수도권정비법 등 각종 규제로 신규 투자가 어려워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경기도의 경우 2003년 기업들이 요청한 공장면적은 463만m²였지만 배정물량은 267만m²에 불과했다. 1999년 이후 경기도는 ‘만성적인 공장부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 전자장비부품업체 씨멘스오토모티브(이천시)는 올해 2000억원가량인 매출이 2006년이면 4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설비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이 2001년 자연녹지권역으로 분류되면서 공장을 한 평도 늘릴 수 없게 된 것. 회사측은 “독일 본사에서 임금이 낮은 중국으로 투자를 돌리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증축을 허가해주지 않으면 중국으로 생산시설의 일부를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경기도의 자립기반=2002년 9월 말 현재 경기도에 소재한 2만9700여개 제조업체 가운데 중국에 투자한 회사는 13.7%인 2173개.

최근 들어 이전 속도가 빨라졌다. 중국에 투자한 기업은 1999년 99개에서 작년엔 362개로 늘었고 올해는 400개가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행’ 기업이 늘면서 자치단체의 자족 기능도 위협받고 있다. 인구는 1994년 780만명에서 작년 말 1000만명으로 늘었지만 제조업 종사자는 78만명에서 74만명으로 줄었다.

더구나 노동집약적 산업뿐만 아니라 자본 및 기술집약 업종의 이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도 문제.

이 투자진흥관은 “작년에 중국으로 이전한 기업 가운데 기계철강과 정보기술(IT)업종이 37.1%로 섬유업종(45.5%)과 엇비슷하다”며 “첨단산업마저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어 이를 대체할 산업 육성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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