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란 네트워크와 시티즌이 결합된 말. 굳이 번역하자면 ‘망(網)시민’이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자 일반에 ‘시민’이란 칭호가 합당한지, 솔직히 말해 기자는 의심스럽다.
무릇 시민이라면 마땅히 시민의식이 있어야 하며 자유와 편익에 따르는 책임과 절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사이버 공간에는 이해와 공존보다는 증오와 편가르기가 많은 듯하다. 폭언과 욕설이 난무한다.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문제도 심각하다. 앞으로 총선이 다가오면 얼마나 심해질지 걱정이다. 망무리(net-herd) 또는 망폭도(net-mob)의 행태다.
또 창궐하는 한국어 음란사이트가 세계에서 얼마나 지탄받는지는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다. 저작권 훼손이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도 예사롭지 않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는 가혹하게 다스려야 할 반사회적 범죄다.
‘정보기술에 익숙한지’ 여부에 따라 빈부와 계층이 갈라지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른바 정보격차(digital divide)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던 무렵 ‘디지털 전도사’로 알려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인터넷 덕분에 미래의 어린이들은 국수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것이 얼마나 순진한 희망이었는지 드러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기술을 백안시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디지털은 현대인이 거부할 수 없는 생존조건이다. 돌이켜보면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인류에게 도전과 시험이었다. 다이너마이트가 그랬고 핵에너지가 그랬다. 기술 자체가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 워낙 강력하다 보니 잘못 다루면 위험한 것이었다.
사이버 쓰레기의 집하장으로 방치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인류의 자산 인터넷. 인터넷의 부작용을 극소화하고,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로 되돌려놓는 방법은 없을까?
인터넷이 진정한 내 친구, 우리 자녀의 친구가 되기 위해 가장 긴요한 것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각성과 주도, 참여다. 수준 높은 문화의식과 시민정신은 그 바탕이 될 것이다. 진짜 네티즌이 필요한 시대다.
한국은 전 인구의 절반이 넘는 2600만명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세계 제일의 IT 대국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런 고민을 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의 기준을 만들고 규범을 세워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이다.
본보가 4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건강한 인터넷’ 운동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네티즌의 이니셔티브를 기대하는 우리는 이제 또 하나의 조그만 촉매를 내밀려 한다. 이미 공지한 것처럼 건강한 인터넷 생활수기를 공모하는 것이다.
곰곰 자문해 보자.
나는 진정 네티즌인가?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