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는 천안과 아산시를 잇는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조성해 경기 수원시나 경북 구미시를 뛰어넘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확정짓고 기업체 유치 및 기반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도 문명수 첨단산업과장은 “내년 4월 경부고속철도 개통과 신행정수도 붐으로 교통, 물류, 교육 등 도시기반시설이 빠른 속도로 갖추어지고 기업의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디스플레이 클러스터가 한국을 대표하는 첨단전자단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장밋빛 개발전략을 내걸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이 현실. 그러나 천안지역은 국가적인 개발사업과 기업의 현실적인 선택이 맞물려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 사업의 선두주자는 삼성그룹. 삼성전자는 천안 산업단지에 이미 10조원을 투자,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를 생산하고 있다. 단일 규모로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인 삼성전자의 LCD공장은 6개 라인이 가동 중이며 종업원만 1만1000명에 이른다.
삼성전자 공장과 맞닿아 있는 삼성SDI 공장은 2차 전지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생산하고 있다. 2조원이 투자된 이 공장에는 2400여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두 공장의 부지를 합치면 15만평 규모다. 두 곳 모두 삼성의 계열회사지만 양측은 대형TV의 디스플레이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배철한 삼성SDI 부사장은 “생산라인을 100% 가동해도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호황”이라며 “디스플레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덕분에 수년 전만해도 야산이었던 이 지역이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단지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의 아산 탕정단지에는 삼성전자, 삼성코닝정밀유리가 61만평에 이르는 초대형 LCD 단지를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까지 이 공장에 20조원을 투자, 천안공장의 다음 세대인 7세대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2005년부터 이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되면 1만여명의 직원이 일하게 되고 연간 매출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에 LCD의 원료인 정밀유리기판을 공급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이미 이곳에 1단계 공장을 짓고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매출이 7000억원이 예상되는 이 공장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측에 LCD 원료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성 외에도 현재 천안 외국인공단에는 세계적인 기계업체 ABB 등 43곳의 외국계 업체가 입주했으며 산업단지에는 미래산업, 대우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입주했다.
기업들의 투자열기에 힘입어 충남도는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에 디스플레이, 게임, 영상, 전자정보 산업과 관련되는 회사 등을 대거 유치하는 한편 이곳에 입주한 기업의 편의를 위해 각종 연구시설 및 교육시설을 짓고 있다.
충남도는 우선 아산 탕정단지에 연구개발(R&D) 과학특구를 지정해 각 기업체의 첨단연구시설과 주민 편의시설을 지을 계획. 또 과학고와 외국어고를 2005년에 설립해 기업체 중견간부들의 자녀 교육문제를 해결해줄 예정이다.
또 국내 기술대학의 연구소나 분교, 정보기술(IT) 부문의 벤처기업을 유치해 대기업, 벤처, 연구소가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문 과장은 “충남지역이 비록 개발은 늦었지만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 외국의 유력 클러스터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한국 최고의 첨단 클러스터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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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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