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商도덕 붕괴…재건축 시공권놓고 업계 새치기 극성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09분


인천 서구의 S주공아파트는 A건설과 함께 재건축을 추진, 작년 10월 사업승인을 받았다. 조합원 400명 중 398명이 신탁등기를 해놓은 상태로 이르면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이 사업장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올 7월경 기존 조합에 반기를 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부터. 표면적으로는 조합원간의 다툼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합원부담금 인하 등 경쟁 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을 내건 건설업체의 ‘작업’이 있었다.

인천 K주공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아파트 역시 C건설이 작년 8월 시공사로 선정됐고 현재까지 조합원 65%가 이주를 마친 상태. 관행대로라면 이미 끝난 사업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사업장 역시 D사가 끼어들면서 재건축 사업이 미궁에 빠졌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업체들간에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뺏고 빼앗기는 혼탁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올 7월 1일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재건축 수주물량이 급감한데다 최근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로 사업이 여의치 않자 일부 업체들이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종전에는 시공사 선정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가능했다. 하지만 신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은 재건축 사업 마지막 단계인 사업승인 이후로 늦춰졌다. 조합설립인가에서 사업승인까지 보통 2∼3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건설업체는 앞으로 이 기간 동안 일감이 사라지는 것.

재건축 시공권을 둘러싼 건설업체간 경쟁이 가장 심한 곳은 인천지역. 주로 사업승인을 받아 착공을 앞둔 대형 단지들이 타깃이다.

L건설 재건축 담당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경기 호황으로 몸집을 불려 온 건설업체들이 신규 물량이 줄고 수주 잔고도 바닥이 나자 조직 유지 차원에서 시공권 빼앗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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