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盧에 특단의 승부수 던질까…측근 “검찰수사 편파적”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5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대선자금 정국의 마무리용 대응 카드 선택을 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가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전 총재로서는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 전반으로 치닫는 새로운 국면을 마냥 외면할 수 없어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총재의 한 핵심 측근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는 최근 검찰 수사가 편파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선비자금 정국의 화살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겨누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살아있는 권력’보다는 ‘죽은 자’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총재는 지난달 30일 대국민 사과회견에 이어 또다시 노 대통령을 향해 별도의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 전 총재가 어떤 형식으로 입장을 밝힐지에 대해 측근들은 함구했다. 아직 방향이 서지 않았고 정국이 유동적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다만 ‘딱 부러지는’ 이 전 총재의 성격상 대선자금 정국을 어물쩍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이 전 총재가 특단의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 전 총재가 노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대선자금 특검법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특검 수사에 함께 응하자는 초강수를 던질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측은 이 전 총재의 향후 대응이 정국 구도를 ‘노무현-이회창’ 구도로 재편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이 전 총재간 대결 구도가 가시화될 경우 최 대표의 당내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가 당내 일각에서 거론된 ‘선(先) 대선자금 고백성사’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최 대표측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또 다른 측근은 “자칫 먼저 공개할 경우 진실 규명보다는 공세의 빌미를 줄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백성사론을 일축했다.

이 전 총재는 지난달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이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이라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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